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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Jul 31. 2019

상자 밖 말고 그냥 안에 있을게요

안에서 좀 쉬다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될까요?

 
30 넘게 보수적인 공무원 생활을 하셨던 아빠는  엉뚱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막내딸이 걱정되어 선생님께 절대로 질문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여 학교로 보냈다. 내가 하는 질문들이 대부분 어른들을 당황시킬 것이고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이다.


내가 하는 질문들은 부적절한 범주에 드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렇게 해라라고 지시했을 때 저렇게 하면  안돼요?라고 묻는 것들이었다. 체육시간에는 체육복을 입어야 한다라고 하면  같은 옷을 입어야 하나요? 집에서 입는 트레이닝 복을 입을  없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하고 왜 오른쪽 손을 들고 대답하라고 하시나요? 전 외손을 쓰고 싶어요 라고 되묻는 것인데 청개구리 같지만  해야 한다고 하면 은근히 하기 싫어지는 성격 때문이다. Thinking out of the box, 상자 안에 갇혀 있지 말고 밖에서 생각하라는 (흔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표현으로 쓰임)을 어릴 때부터 실천했던 것이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보수적이 되어 가는  보니 아빠 딸은 맞나 보다.
 

타 부서에서 일하던 매니저가 인사팀의 총괄 매니저가 되면서 전체팀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매니저는 자신도 ‘정통인사팀의 출신이 아니기에 우리가 가진 스페셜한 능력들을 크게 인정하지 않고 진정한 think out of the box 실현하고자 했다. 자신과 같이 일했던 직원을 인사팀으로 데리고 오고 실력이 모자라지만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채용해 본인의 ‘라인 구축했다.  기존의 인사 경력보다 타 부서의 경력을 끌어와 다양한 각도로 팀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그녀의 큰 그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팀 ‘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 부서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인사업무를 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상자 안에서 갇혀있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상자 안에서 기본적인 숨쉬기는 배우고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본다. , 기본은 알고 생각의 전환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자 밖으로 나와서 생각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자 안의 환경이 어떤지도  알아야 하고 때로는 다시 상자 안에서  편안함을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 기초가 부실한데 계속해서 화려한 데코레이션으로 빌딩을 장식한다 한들  건물의 기본적인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같은 체육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일단 입어본다. 그리고 그것이 불편하다면 합리적으로  내가 다른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본다. 만약 다른 옷을 입었을 때 장점이  많다면 건의해 보고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내가 제시한 의견이 타인에게 한 번쯤은  생각해  기회를 주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시기에 따라 상자 안에 몸을 숨기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의견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매니저와 함께 일을 할 때 내가 점점 상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상자 안은 안전하고  일에 집중할  있고 굳이 ‘기발한생각들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업무 스트레스가 낮다. 물론 언젠가는 다시 상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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