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바 Aug 08. 2019

권한 위임 아니고 업무 떠넘기기?

은근슬쩍 이러지 맙시다

“꾸바 씨, 역시 빠르네. 벌써 다했어? 내가 이래서 꾸바 씨만 믿고 일한다니까.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말고 이런 식으로 해서 다음 주까지 줘요.”
 
사회 초년생일 때 분명 나에게  잘한다고 칭찬을 하는 것 같은데, 일을 받으면서도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나한테 잡무만 시킨다거나 중요한 일을 안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과다하게 시키는 것도 아닌데 상사가 다음번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을 듣고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보통 내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은 어느 정도 마감기한을 맞추면서 일을 하지만 상사의 갑작스러운 지시로 내려오는 업무를  스케줄 안에 끼워 넣어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직장인이 겪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월급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거기다가  업무가 사실  일이 아니라 팀장님이 과장님께 시킨 일이었고 은근슬쩍 나한테 떠넘기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것 역시 사회생활이니  참는다. 그런데 내가 기분이 나빴던 것은 지금  손에 넘어온 업무를  손에   없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업무를  손에 쥔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아주 간단한 문장으로 A 상황일 때는 B 참조하여 C 해결한다라는 업무 공식을 내가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A’ 상황의 문제가 생겼을 때 자발적으로 D 문제 방식을 찾을 때 나는 업무를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이 사실  일이 아니라 과장님의 일이라고 할지라도 사실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누구보다 원하던 때였으니 불만이 없었다. 


과장님은 나에게 일을 시키면서 매번 지시 방향이 달랐다. 이번에는 왼쪽 정렬, 다음번에는 중간 정렬을 해서 제출하라고 하는데  이유가 정말 궁금하고 동시에 기분이 나빴다.  왜 매번 다른지 설명해 주면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손에 쥐고) 일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않은 '때때로 다른 업무 지시'는 정말로 “일하는 기계”,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 되어 버리는 것 같았고 이것이야 말로 ‘업무 떠넘기기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영어로는 delegation, 한국어로 번역하면 권한 위임이고 외국계 회사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방식을 설명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이것이 진정한 권한 위임인지 아니면 그냥 업무 떠넘기기 인지 알쏭달쏭하는 경우가 많다.


권한 위임은 나의 직급과는 상관없이 내가 프로젝트 리더가 되는 것이다. 과장님이 리더가 돼서 나에게 일부의 업무를 떼서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최종 책임자가 되어서 일을 분배하고 팀장에게 직접 보고 한다면 진정으로 주인의식을 가지면서 일을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일 못하는 상사와 일한 덕분에 일을 많이 배웠고 업무 떠넘기기를 많이 하는 덕에 능력이 급상승했다. 권한 위임이나 업무 떠넘기기나 둘 다 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일을 하는 자세는 확실히 다른데 내가 전권을  쥐고 일을 할 때는 진짜 이것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내가 야근을 해도  마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면 떠넘기는 일을 받았을 때는  안돼도 어차피 책임은 과장님이 지겠지, 나는 그냥 혼나고 말면  라는 생각으로 야근을 할 때는 입이 이만큼 튀어나온 상태였던 것이다.
 
관리자로서 일을 하면 분명히 일을 분배해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일부의 업무를 넘기게 되는 경우  일이 이번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자신의 상급자에게  부분은 00 사원에게 전권 일임하였다고 알려주는 편이 좋다. 그것이 어려울 경우는 매번 다른 지시를 하는 것보다 공식을 알려주어 직원이 스스로 일할 수 있게끔 해 주어야 배우는 것이 있다. 그래야지 직원 입장에서는 내가 관리자의 일을  넘겨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성공했을  본인의 기여도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자 밖 말고 그냥 안에 있을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