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진짜가 시작됩니다.

가장 고민을 많이 해야 할 시기니까요

개인적인 경험으로 봤을 때 직장생활 3년 차가 되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자신만만했던 시기였다.  신입의 어리바리한 티를 벗고 대리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깨너머로 보게 되었을 때 별거 아니네, 나도 할 수 있는데 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신입이 하는 업무를 하기엔 내 머리가 너무 커졌고 그렇다고 중요한 관리자 역할은 아직 할 수 없는 시기이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업무 반경 안에서만큼은 내가 최고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울 건 다 배웠다는 생각, 내 역량에 비해 대우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날 지배하고 이직을 하려고 서치를 해보면 3년-5년 경력자가 시장에서 제일 인기가 많다. 그만큼 다른 회사도 이맘때 직원들이 많이 퇴사한다는 소리다.

다행히 이 시기를 잘 넘겨서 승진을 하면 내가 몰랐던 새로운 영역에서의 도전이 시작되지만 이 역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 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가 아닌 상태인데 약간 ‘맛’만 본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면 후폭풍이 상당하다. 오히려 회사 일을 오래 할수록 내가 부족하다는 마음이 많이 들면서 겸손해지는데 그걸 깨닫게 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관리자의 그룹 안에서는 내가 다시 막내가 되는 입장이 되다 보니 위에서 치이고 밑에서 치인다는 말이 딱 맞다.

나보다 열 살 어린 상사와 일 한 적이 있다. 그는 직장경력이 3년이 막 지난 상태였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쓰겠다. 어쨌든 그는 인사팀이 직원에게 언제나 YES라고 해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했는데 그의 신념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식이 너무나 아마추어 같음에 많은 팀원들이 고생을 했다. 규칙이라는 것 없이 그때그때 요청 온 내용을 처리하고 오늘 했던 말이 내일 바뀌니 팀원들은 갈팡질팡 했던 것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 인사업무를 팀장의 역할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려니 그 역시도 버거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국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그곳에서 중간관리자로 다시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년에서 5년 정도의 경력으로 이직을 하거나 첫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이 정도의 경력직을 채용할 때가 가장 어려운 이유가 그들에게 겸손함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이때가 멘토가 가장 필요한 시기이고 본인 인생에서 본받고 싶은 리더를 옆에 두고 자신만의 리더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 다양한 리더를 경험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은 워라발, 복리 후생, 내 몸값을 따질 시기가 아니라 경험이 필요한 시기라 기회가 있으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회사에서 일하기를 조언해주고 싶다.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고 자만하는 시기이다 보니 몸값을 올리는데 집중하다 보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해외연수를 다녀오지도 못한 물 스펙의 직장인이어서 그 당시에 몸값을 올리는 것은 꿈도 못 꿨던 것 같다. 혼자 야근하면서 캔맥주를 검은 봉지에 싸서 빨대를 꽂아 마시면서 울면서 일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두 번 다시 못할 짓이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이제 막 3년 차 대리가 되었다면 진짜 일을 하게 되는 시기이다. 회사에서 뭘 배울 시기는 지났고 내가 스스로 배움을 깨닫는 시기라는 것이다.

웰컴 투 도비 라이프!

이 글은 내가 아끼는 (지금은 퇴사한) 동료이자 친구, 동생인 그녀의 요청으로 쓴 글이다. 가장 고민 많은 시기를 보내고 있을 그녀가 이 글로 힘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