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를 버리지 못하면 진짜는 없다
미련 없이 가짜는 휴지통으로 버리자
논란이 있을 수도 있는 명품 가방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내가 대학생일 때 유행했던 가방은 루이뷔통 스피디였는데 당시에 커피숍 알바 시급이 1200원이었으니 그 가방은 내 돈 주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 인건 너무 유행하다 보니 똑같은 디자인의 가짜 가방이 많이 나왔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난 나름 S급 가품을 샀는데 10만원 가까이 되었으니 아주 싸구려는 아니었고 나름대로 가품 중에는 급이 높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 루이뷔통 스피디 가지고 싶다란 생각이 항상 있었고 꼭 진품을 사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기회가 생겨 가방을 선물 받게 되었다.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싶냐는 질문에 이상하게도 난 루이뷔통 스피디!라고 외치지 못했다.
이미 S급 가품이 있는데, 명품가방을 선물 받을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 똑같은 가방을 받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결국 다른 모델을 골라 선물 받게 되었는데 결국 그 가방은 잘 메지도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어울리지도 않았으니까.
내 마음속에 사고 싶은 가방은 결국 가짜를 버리지 않는 이상은 살 수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 가짜 가방이 없었다면 난 진짜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도 당장 그 진짜가 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가짜에 일부 위안을 받으며 사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할 때 환승 이직을 추천한다. 나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직장을 구해본 시기가 있었는데 매일매일 돈과 내 자존감이 사라지는 느낌을 감내해야 했기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니고 있는 회사가 10만원 짜리 가짜라면. 회사가 당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정도면 그냥 다닐만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오락가락하면서 간절함이 없어지고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리기도 한다. 어느새 가짜 가방이 진짜처럼 느껴지고 안주해 버리는 것이다.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가 이직을 원하는 나에게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지만 그 보험료가 너무 높아 내 에너지를 깎아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회사에 너무 열정을 쏟지 말고 '나의 삶'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