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바 Oct 03. 2019

더 이상 회사가 중요하지 않는 사람들

내 일이 중요하지, 회사가 뭔 상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면 꼰대라는 소리가 있다. 평소에 서로 이름을 부르며 직급 없이 지낸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때 옛날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정말 옛날 사람이구나를 느낀 적이 많다. 특히 기업문화가 많이 변했는데 사회 초년생일 때 사내 폭력 (정신적 폭력이 아니라 진짜 신체적 폭력이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어린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짜 때려요? 직장 상사가?


진짜 때렸다. 남자 직원들을 발로 차이고 여자 직원들은 서류철에 머리나 가슴을 맞았다. 전화기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멍청하다는 욕도 들었다. 사실 그러면서 다녔던 회사가 지금 너무 많이 변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용납할 수 없던 일이었는데 그때는 모든 것을 다 수용했다.


과거엔 회사에 로열티 (충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했다. 한 명의 리더가 다수의 집단을 모아서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필요했기에 개인의 목소리는 묵살되었고 리더의 말을 얼마나 잘 듣고, 리더의 말이라면 뭐가 되었든 간에 믿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었다.


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진 요즘 회사는 타인에 비해 내가 돋보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리더의 말을 따르지만 언제든지 리더를 밟고 내가 올라설 수도 있고 나의 성과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해졌기에 타인의 성과를 내가 가로채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까? Independent에서 inter-dependent로 바뀐다는 글을 읽었다. 이제는 개인이 각자의 스페셜리티를 가지고 서로 상호의존적으로 일을 하는 독립성을 가진다. 누구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은 내가 전문가가 되어서 필요할 때 프로젝트성으로 도움을 준다. 그 말은 더 이상 회사에 얽매이는 직원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필요한 회사에 직무를 보고 이직을 하며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사라지고 내 업무의 전문성은 더해진다.


이런 변화의 기류를 알고 있는지 일부 젊은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더 이상 자신의 꿈이 회사에 있지 않아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예전처럼 "회사 임원이 되고 싶다, 매니저가 되고 싶다."등의 희망을 품지 않는 것이다. 나 역시 뒤늦게 이 변화에 합류하여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난 회사를 50세 넘어서 까지 다니고 싶지 않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십여 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많아지자 회사일이 조금 우스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바라고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목소리를 높이고 왜 그 의견을 바꾸려고 노력했는지. 조금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열정을 잃는다. 어쩌면 직장인의 사춘기가 이제야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짜를 버리지 못하면 진짜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