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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Nov 25. 2019

유리 구두는 핑계일 뿐이라오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아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왕자가 그녀를 ‘다른 사람과 구분짓는 독특한 물건이기도 했지만  왕국의 모든 여자에게 신발을 신겨보았으나  한 사람도 맞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부분이 어릴 때부터 의심스러웠다.  

우리 집의 여자 셋 (언니, 엄마, ) 모두 같은 신발 사이즈를 가지고 있어 어떤 신발도 크지도 작지도 않고  맞는데 정말로 신데렐라와 같은  사이즈를 가진 여자가 없었을까?
 
 아마 있었겠지?  유리구두가  맞는 여자가 있었을 거야. 그런데 왕자 타입이 아니었던 거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분명 내가 만들었던 ‘조건 있었고  조건에 부합이 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다. 역으로 내가 만들었던 조건에 하나도 맞지 않는 사람이었음에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움직여 첫눈에 반해버리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왕자가 유리구두를 들고 왕국을 돌아다닐 때 아마 신데렐라보다  자기 타입인 여자를 만났다면 구두고 뭐고 신경도 안 쓰고 프러포즈를 했을지도 모른다.
 
취업이라는 것도 이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만들어 놓은 많은 조건들에 내가 어느 정도 매치가 되는지 지원자들은  신경을 집중한다. 10가지의 조건이 있었을 때 내가 대략 80% 정도 가능하다 생각해 지원했으나 불합격했을 때 많은 지원자들은 충족되지 못한 20% 조건에 집중한다.  스스로  불합격했는지에 자문하고 자격증 공부며 스터디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회사에서 말하는  조건들은 일부 충족되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그대로 이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일 뿐이지 결국은 20% 충족되는 지원자던지 80% 충족되는 지원자던지 면접 때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으로 합불합이 결정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만났던 다른 회사의 인사담당자가 본인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람을 보고 정형화된 점수로 후보자를 판단하여 총점이 높은 사람을 채용한다고 했었는데 속으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하고 말았다. 점수를 매기는 순간 이미 자신의 사적인 마음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물론 시험을 보거나 학교/전공 필터로 지원자를 거르는 회사라면 일부 의무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들은 있다. 개인적으로 그런 회사를 선택하는 지원자는 본인이 스스로 회사의 부속품임을 인정하고 입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회사에서는 지원자를 마음으로 이해하고 인간적인 성숙도나 개인의 비전, 발전하고자 하는 자세보다는 당장  업무를 기계적으로   있는 ‘조건’- 잉크가  나오는 , 복사기에 걸리지 않는 A4용지와 같은 등급으로 사람을 ‘사용’ 하기 위해 채용하기 때문이다.
 
실지로  왕자는 구두가  맞는 여자를 찾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타입이었던  여자를 찾으려 했던 것이다. 기업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채용을 한다는 것은 4년제 대졸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타입의 후보자를 찾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회사의 타입인지 지원자 입장에서 역으로 회사의 비전과 인재상을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 무작정 입사지원을 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지원자를 어떤 자세로 채용하는 회사인지를 천천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우리 회사에서 채용 관련 교육을 할 때 쓰는 말이 있다. We hire people because of the competence, but we fire people because of the behavior. 조건/능력을 보고 채용을 하지만 결국 해고의 사유는 태도 때문이다.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해 내는 능력보다 오히려 직원의 태도가 징계를 결정하는데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말이다. 결국 조건을 보고 선택한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기간의 목표만 바라보는 회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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