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바 Jan 06. 2020

달콤한 거짓말

회사가 당신을 키워준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알고 지내는 동생이 조언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공부도 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느라 그럴싸한 직장경력이 없는 상태에 한국에 귀국하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의 고민은 “나의 경력에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인데 급여가 적은 일”을 해야 하는가 였다.
 
내가 하이라이트 하고 싶은 부분은 “나의 경력에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문장이었다.

나의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내 생각인가? 그 회사의 생각인가?


내 생각일 경우 

나도 제 막 일을 시작했는데 경력에 도움이 된다 안된다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그냥 내가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착각하는 것 일수도 있

다.
그 회사의 생각일 경우

당연히 그렇게 말해야지 지원자들이 지원하겠지. 지원자들을 현혹하는 말이다.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업계에서 경력을 쌓아 다른 회사로 이직이 가능하다?

경력만 가지고 이직을 할 수는 없다. 경력은 항공사 마일리지가 아니다.
업계에서 알아주는 회사라 네임벨류를 가지고 직이 가능하다?

업계에서 알아주는데 급여가 적은 회사는 없다. 버티는 2,3년 사이에도 그 네임벨류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사실 그 동생은 어디든지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절박한 상태였다. 나 역시 어느 회사건 우선 시작을 하라는 조언도 함께 덧붙였지만 애초에 내가 이 회사를 “경력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를 한다면 큰 실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된 말로 ‘존버’를 한다고 경력이 인정되어 내 실력이 향상된다는 기대도 하면 안 된다. 내 실력은 내가 스스로 키우는 것이지 회사가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다.


간혹 회사에서 내부 지원자 면접을 볼 때 “회사에서 교육을 받지 못해서 리더십에 대해 모른다.”라고 대답하는 지원자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사람을 자원으로 가져다 사용하는 곳이지 사람을 만들어 내는 곳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같은 맥락으로 우리 회사에 왜 지원했는지에 대해 물어볼 때 “이 회사의 ~부분을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는 아주 보편적인 대답에서 나는 의문이 든다. 그럼 회사가 월급도 주고 배움까지 줘야 하는 곳인가?


전화했던 동생에게 내가 해준 조언이 옳다/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동생이 회사에 어떤 ‘기대’를 하는 것을 막고 싶었다. 회사는 우리를 소모시키는 곳이다. 직원이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한다는 말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성장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해 주는 곳도 아니다. 나의 성장은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이며 회사는 내가 나의 성장을 위해 소모해야 하는 곳으로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물론 면접 때 “저는 이 회사를 이렇게 이용하겠습니다.”로 대답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 회사에 왜 지원했냐는 질문에는 내가 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최우선으로 사용될 소모품) 면접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회사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곳이라고 말하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말자. 언제든지 내쳐질 수 있는 정글에서 나를 케어해 주는 곳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리 구두는 핑계일 뿐이라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