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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Jul 04. 2019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업무에 외모가 영향을 미치나요?

지원자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채용담당자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봐야겠다. 20대 중반에 채용업무를 시작했을 때 지원자들을 주로 안내하고 채용 전담 매니저에게 서류를 출력해주거나 면접에 참관을 했다. 지원자들은 대부분 친절했지만 경력자 채용에서 내가 인터뷰 룸에 들어가면 1시간 내내 나의 눈을 맞추지 않고 나의 매니저만 쳐다보며 대답하는 사람이 간혹 있었다. 방을 안내하고 물 한잔 드릴까요? 하면 눈도 쳐다보지 않고 아, 저 커피 주세요 한다거나 작성할 서류를 가져다주면 한 손을 내밀면서 펜!이라고 하는 지원자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써야 할 정도로 예시가 많다..)



나이가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전문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나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빨리 나이 들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이후에 자유로운 외국계 회사를 다니면서, 럭셔리 브랜드와 패션회사를 다니면서 나의 외모는 흔히 생각하는 단정한 인사담당자가 아니라 약간 "펑키"한 상태가 되었다. 머리 색깔을 다양하게 염색하고 타투도 있는 데다가 정장이 아닌 옷을 입으니 나이보다 좀 더 어려 보인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했을 때 공무원들을 만날 자리가 있었는데 정장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과 과장님은 나의 존재를 부정했다. 아, 우리 여직원이랑 이야기하세요 라고 하더니 다른 여자분을 연결해 주었고, 여자 직원이 나와 업무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이건 과장님과 이야기하셔야겠네요, 하면서 과장님께 데려다주었다.  과장님이 나의 매니저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길래 제가 과장님이 만날 수 있는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말해버렸으니 나도 어지간히 화가 났던 건 사실이다.



사실 채용담당자는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지원자가 처음 회사를 지원해서 만나는 사람이 나인데 나의 말투, 행동을 보고 그 회사가 어떤 분위기인지 직감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예쁜 이미지를 떠나서 기업마다 선호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럭셔리 브랜드에 면접을 보았을 때 그곳에서는 "00 브랜드의 DNA를 가진 채용담당자"를 찾는다고 했다. 사실 당시 헤드헌터는 한국인이 아니라 싱가포르에 있던 영국인이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해당 브랜드의 면접이 있었을 때 나에게 무엇을 입고 갈 예정이냐며, 자신이 없으면 블랙&화이트로 코디하라는 조언까지 해 줄 정도로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당시 나는 내가 너보단 패션에 대해 잘 안다며 신경 안 써도 된다고 대답했다)


의류회사의 채용담당으로 있었을 때는 이사님이 모든 인사 직원들에게 회사 브랜드의 옷을 입으라고 지시했는데 매번 새로운 시즌이 나올 때마다 지난 시즌 옷은 못 입도록 했으니 1년 동안 옷값만 천만 원을 썼었고 입사 초기에 다른 브랜드의 로고가 아주 작게 그려진 옷을 입고 갔다가 이사님께 경고 이메일을 받기도 했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회사의 경우는 지원자들 (특히 매장에서 직접 손님을 응대하는 포지션의 경우)의 이미지는 너무나 중요하다. 외모만 보고 채용하지는 않지만 외모도 면접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여기에 회의감이 들어 전 직장을 퇴사하기로 결심했지만 사실 회사마다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요소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외모가 될 수도 있고 학벌이 될 수도 있을 뿐,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최근 내가 다니는 회사에 젊은 남자 리크루터가 입사했는데 반바지를 입고 출근했다가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나 역시 채용담당자가 반바지를 입고 외부 지원자를 만나는 그림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요즘은 스타트업도 많고 젊은 회사도 많지만 일부러 "우리 회사는 자유로운 회사입니다"라는 브랜딩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필요한 것 같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지원자들은 인사부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의 이미지를 잘 살펴보길 바란다. 나 역시 면접관의 말투나 행동으로 인해 입사지원을 포기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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