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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홀로길에 Jun 04. 2023

내 말이 어렵니?

속을 다 보여주고 딱 좋을 만큼만 밝은 네가 부럽다


  사람들에게 제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말수가 적다는 얘기를 많이 듣곤 했죠. 자연히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대체로 저를 대하기 어려워했습니다. 어떤 선배는 무게 잡지 말라는 핀잔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오해를 받은 적도 많았습니다. 사실이 곡해되지 않도록 속으로 곱씹고 또 곱씹고 있다가 오히려 말할 적당한 순간을 놓치기도 합니다.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진짜 속마음은 제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말은 뱉어내고 나면 그만입니다. 제가 아무리 우스운 농담을 하더라도 상대가 싫으면 소용없습니다. 그냥 우스울 뿐이죠. 괜히 얘기했다며 후회한들 이미 늦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말을 건넸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이 나타납니다. 당황해서 말이 꼬이기 시작하죠. 만회해 보려는 마음에 무리수를 두다 아예 망쳐버립니다. 실수하지 않겠다는 완벽주의자적인 생각이 오히려 저에게 독이 된 겁니다. 


  제 생각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 얘기를 이해 못 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죠. 말해도 모를 것이란 생각에 먼저 입을 닫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는데 그걸 몰랐습니다. 대화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제 말을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니, 화가 납니다. 돌아보면 늘 마음속으로 화가 나 있었습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지시 혹은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은 받아봤지만 정작 대화도 토론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언젠가 글배우 작가님의 책을 보다 ‘뭘 바꾸는 건 쉽다 날 바꾸는 게 어렵지’란 글을 봤습니다. 전 상대가 저에게 맞춰주길 기다렸던 겁니다. 제가 맞춰주는 건 자존심 상한다 생각했습니다. 내 얘기를 상대가 비꼬아 듣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제가 그러고 있는 건 몰랐었죠. 이기적이었네요. 계속 부딪히며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제가 원했듯 다른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보려 노력해 봅니다. 혹시나 오해할 여지가 있으면 다시 물어 확인해야겠죠. 서로의 견해가 다르다면 그 다름을 이해하고 웃음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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