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5
바욘에서 작은 기차로 갈아타고 또다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생장. 대부분의 순례자가 선택하는 출발 지점이다. 예약한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빠른 속도로 말하는 호스트 할머니의 표정에는 다정함이 느껴졌다. 앞서 체크인 한 사람들을 유심히 보며 눈치껏 대답해 체크인을 무사히 마쳤다. 이층침대가 여러 개 있는 방에서 다른 사람들과 하룻밤을 지내야 한다. 처음이라 흥미로웠지만 솔직히 낯설고 불편했다. 하지만 익숙해져야 한다.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쏟아졌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 오전까지 비 예보가 있었다. 피레네산맥을 넘어가야 하는데 비라니. 시작부터 비라니. 걱정이 앞섰다.
아침부터 파리에서 진땀을 뺐더니 온몸이 땀투성이 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순례길 첫 커뮤니티 디너-같은 알베르게에 머무는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하며 함께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에 내려갔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 미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성별도 나이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근처에 앉은 사람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호스트 할머니께서 가져다주신 음식을 나눠 먹었다. 한국인이 나 포함 세 명이라 굳이 애쓰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 계란을 풀어놓은 수프로 속을 달래고, 감자를 곁들인 닭고기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익숙한 재료여서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내일부터 시작될 순례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 잔뜩 기대에 찬 모양이다. 나 역시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SNS를 통해 사진과 영상으로 보던 곳에 내가 있다니. 꿈만 같았다. 이 길을 걷고 싶어 한 지 십 년이 훌쩍 흘러갔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오지 못했다. 갑자기 오게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체로 새벽 일찍 출발한다고 하는데 난 아침을 여유 있게 보내고 최대한 천천히 피레네를 오르기로 했다. 수술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는 내 무릎이 얼마나 견뎌줄지 확신이 없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나의 까미노 첫 밤, 삐걱거리는 이층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