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원-이성부
신년 기원
시인들이 노래했던
그 어느 아름다운 새해보다도
올해는
움츠린 사람들의 한 해가
더욱 아름답도록 하소서
차지한 자와 영화와
그 모든 빛나는 사람들의 메시지보다도
올해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소망이
더욱 열매 맺도록 하소서
세계의 모든 강력한 사람들보다도
쇠붙이보다도
올해는
바위 틈에 솟는 풀 한 포기,
나목을 흔드는 바람 한 점,
새 한 마리,
억울하게 사라져가는 한 사람,
또 한 사람,
이런 하잘 것 없는 얼굴들에게
터져 넘치는 힘을 갖추도록 하소서
죽음을 태어남으로,
속박을 해방으로,
단절을 가슴 뜨거운 만남으로
고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모든 우리들의 한 해가 되도록 하소서
역사 속에 그리움 속에
한 점 진하디진한 언어를 찍는
한 해가 되도록 하소서
― 『야간산행』(창비시선 147), 이성부, 창작과비평사(1996.06.25)
새해에는
새해에는
웃음이 마르지 않아
사소한 일에도 입꼬리 올라
하루가 미소로 물들기를
새해에는
놀이가 일상이 되어
대수롭지 않은 순간도
삶이 축제처럼 빛나기를
새해에는
오늘이 가장 고운 선물이라
서두르는 마음일랑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누리기를
새해에는
걱정은 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깊고 달콤한 잠의 품에서
영혼까지 맑게 깨어나기를
새해에는
거창한 다짐보다
소박한 행복들이
돌담처럼 차곡차곡 쌓이기를
그리하여 새해에는
작은 것들로 축제를 열어
하루는 노래처럼 흐르고
삶은 춤추듯 이어지기를
당신의 새해도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