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심재휘
행복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은 날도 있어야지
―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심재휘, 창비(2022.1.14)
분분한 위로
모르는 문제가 반이었다
답안지 밖으로 걸어 나오니
석촌호수엔 정답 대신 꽃잎이 분분하다
벚꽃은 성급히 몸을 열어 늘어지고
목련은 푸른 빛 하나 없이
마른 솜망울을 매단 채 서 있다
어쩌자고 저리 치열한가 싶다가
어쩌자고 저리 무심한가 싶다가
인생은 시험 치듯 가고
계절은 저절로 흐른다
모르는 문제가 반이면 어때
석촌호수엔 꽃잎이 정답처럼 분분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