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분분한 위로

행복-심재휘

by 소걸음

13. 분분한 위로/행복-심재휘


행복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다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삼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젊음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다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은 날도 있어야지


―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 심재휘, 창비(2022.1.14)




심재휘 시인의 「행복」을 읽고 쓴 답시 – 분분한 위로


분분한 위로


모르는 문제가 반이었다

답안지 밖으로 걸어 나오니

석촌호수엔 정답 대신 꽃잎이 분분하다


벚꽃은 성급히 몸을 열어 늘어지고

목련은 푸른 빛 하나 없이

마른 솜망울을 매단 채 서 있다


어쩌자고 저리 치열한가 싶다가

어쩌자고 저리 무심한가 싶다가


인생은 시험 치듯 가고

계절은 저절로 흐른다


모르는 문제가 반이면 어때

석촌호수엔 꽃잎이 정답처럼 분분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