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테라피 1. 나오미와 가나코
죽여버릴까?
정말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절친에게 털어놨더니 '우리 그 사람 죽여버릴까?'라고 진지하게 물어온다면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요? 그 친구가 아주 멋진 계획을 들려주면 마음이 혹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나도 죽이고 싶었으니까요. 살다 보면 정말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안 보면 그만이라면 몰라도 그 사람이 남편이라면? 으~~~ 공감한다고요? 헛! 워~ 워~ '참을 인(忍)'이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잖아요. 아무리 죽이고 싶은 남편이라도 우리 좀더 생각해 보자고요.
그런데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닐 정도로 죽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남편이라는 놈이 나를 개 패듯이 팬다거나 바람을 펴놓고는 당당하다거나 뭐 여러가지 이유로 용서하지 못할 남편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남편놈에게 맞아서 온몸에 피멍이 사라질 날이 없어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을 것입니다. 바람피고 와서는 오히려 큰소리치며 손지검을 하거나 집에서 나가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백 번이고 죽이고 싶을 것입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허구헌날 때리는 남편놈을 어찌 용서할 수 있을까요. 성인군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 배우자에게 맞아본 적은 없지만 죽도록 미운 사람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느껴본 적도 있습니다. 그가 탄 비행기가 격추가 된다거나 갑자기 추락한다거나 해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성격이 괴팍하지도 않고 착하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으며 살아온 저도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머시기와 박 머시기 얼굴만 보면 늘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제게 '우리 이 머시기와 박 머시기 죽여버릴까?'라고 물어본다면 '농담도 도가 있지'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미운 정도가 아니라 원수라면 아마도 다를 것 같습니다.
정말 죽이고 나면 행복할까요? 정말 죽이고 나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완전범죄를 꾸몄지만 어딘가 실수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꼬투리가 잡혀 감옥신세를 질 수도 있습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서 범죄가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당장엔 잡히지 않을지라도 언젠가는 잡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생을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잡히지 않더라도 죄책감에 시달리며 온갖 스트레스와 신경쇠약으로 병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죽이고 나면 정말 행복해질까요? 글세요. 저는 아직 사람을 죽여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나오미와 가나코라》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란 나오미, 남편의 폭력으로 인생이 엉망이 된 나오미 이 둘은 남자를 이 세상에서 영원히 격리시키기로 작정합니다. 이 두 여자는 완전범죄를 위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웁니다. 이 두 여자는 정말 남자를 제거하고 맙니다. 자, 과연 이 두 여자는 완전범죄에 성공했을까요? 남자를 제거하고 나서 행복해졌을까요?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에서 두 여자의 기구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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