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니까, 사춘기

by 나하나

40대가 되니 마치 사춘기처럼 감정이 휙휙휙이다. 아침에는 의지를 태우고, 퇴근할 때는 god의 ‘길’ 가사처럼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하고 한숨을 쉰다. 지난주 애인님과 긴 상담을 통해 이 감정은 주변 환경의 영향 탓도 있겠지만, 내 삶이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기에 전에 없던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젯밤 길을 걷다가 불현듯 깨달은 건, 어떤 방향을 선택하든 더 이상 지금처럼 20대의 기운으로 생활하고 관계를 맺고 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거였다. 책임이나 의무, 의지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맺는 관계와 하는 생활과 활동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인 거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변화 없이 어떤 방향을 선택한다면 결국 흔한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란 걸 겨우 알았다.

내 삶을 무엇으로 구성해야 할지 찬찬히 생각해야 할 시기다. 이 시기에 무엇보다 시급한 건 나를 시끄럽게 구성하고 있는 것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 이건 나의 불안을 억지로 지우는 물리적인 소음과의 거리 두기다. 그리고 차분히 나를 나로 채우고 있는 것들을 바라봐야지. 그래야 또 다른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이 밝았고, 어제와 다르게 출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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