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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달 Dec 22. 2020

이제는 아빠 아닌 아버지

첫애를 낳고 수년이 지나서야 만난 아빠는 말했었다

"자식이고 뭐고 다 소용없어.돈 만있으면 돼. 돈만.나이들면 돈밖에 없어."

이 나이든 남자에게 그문장이 오랫동안 중요한 삶의 지표였음을 나는 알고있다

나의 어렸을적 기억으로 아빠의 용모는 수려했고 늘 사업을 확장해가기를 추구했다

다행인건지 그래서 지금은 넉넉하게 살고 계신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아빠는 알까?

그래서 당신은 가족을 잃었고. 그안에서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행복과 따뜻함을 잃은것을.

나를 기르며. 자라는 것을 보며. 누릴 기쁨의 선물을 저버린것을. 

이제는 알게 되셨을까..


나의 부모는 늘 내게 맨 정신에 전화하지 않는다.

술의 힘을 빌려 전화한다. 보통 엄마는 내게 분노를 쏟고,아빠는 내게 눈물을 쏟으신다

그 분노와 슬픔이 나를 향한것이 아닌 자신들을 향한것임을 알게되는 데 나도 시간이 많이 걸려

힘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두분은 똑같이 말한다. 다 소용없고 돈이 최고라고 나이들면

돈만 있으면 되는거라고. 

아빠는 나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나는 잘했다고 했다. 그시절엔 아빠도 어렸으니까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이제 나도 애기 낳고 잘 사니까

괜찮다고 했다. 아빠도 새로운 가족들과 이제는 행복하게 잘 살면된다고 했다.

아빠는 울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나를 버린게 아니라고 반복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도 자기 가족 같지가 않다고 했다

새로운 아내와 그녀의 아들을 데리고 사는 아빠의 외로움은 어떤것일까 잠시 짐작해볼 뿐이였다

일을 마치고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빠의 울음섞인 목소리는 

정말 짙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그 견딜수 없는 외로움이.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에게라도 온기를 느끼고 싶어하는 그 갈급함이.

나에게서 달아난 아빠를 뻔뻔하게 돌아올수 있게한 걸음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당신의 아내가 볼까 전화하지 못하게 당부하고서도, 

나에게 하는 전화는 술이 용기를 내게 해준다는것도 이제 안다

예전에는 불쌍한 마음에 받고.자식으로써 최대한의 기본도리인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죄책감에 받고.

나도 일말의 부정을 느끼고 싶어 전화를 받았다

나 스스로도 아빠로부터 분리되지 않는 애정결핍이 나를 힘들게 하고 때로 상처받게 했다


지금은 그저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해준 분에 대한 작은 성의로 받는다

핸드폰에 그의 이름이 뜰때면 가장 먼저 생각한다  지금 나의 에너지가 충분한가 

이분과 대화를 할수 있을만큼의 에너지가 내가 되는가. 내가 이성적으로 분별하면서 들을수 있는 상태인가

일과 육아로 지친 상태라면 굳이 받지 않는다 

내가 한사람의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당신을 아빠가 아닌 한 인간으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수 있게 되었다. 당신의 자녀로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은 내아이들의 부모로 바로 서있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내가 해야하는 모든 역활을 다 우선으로 둘수 없는 나의 한계도 인정하게 되었다  

각자가 걸어간 걸음의 돌아오는 책임이 있다. 각자의 몫이 있다

날이 추워지는 요즘. 나의 아버지의 마음이 덜 춥기를 아버지의 남은 날들은.

기울이는 술잔이.이러한 눈물의 회환이. 줄어들기를 기도해 보는 오늘이다 

오늘 전화가 온다면 그런 말을 건넬수 있을것도 같다 

그리고 나는 이제 내 새끼들 먹일 따뜻한 밥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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