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by 나혜경

낙원식자재마트 봉고가 앞서 달리는데

낯설다 낙원과 식자재와 마트의 조합이


에덴을 건설하겠다는 교회는 널려 있고

이 땅에 참된 곳은 없다고 고집하는 사람들과

파라다이스를 찾아 먼 곳으로 떠난 사람도 있다


동네 깊숙이 뿌리 내리고 일요일도 문 여는 곳

낙원인 줄도 모르고 드나들며 간장을 사고

양파를 사고 금단의 열매였던 사과를 샀다

조금 싸다는 이유로 무의식중에 단골이 되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失낙원도 낙원이 된다지만

아낀 생활비를 확인하는 동안만큼은 마음이 두둑했다


빨강 신호와 초록 신호 사이에서 안경을 닦아 쓰는 동안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에 산다던 청년이 불현듯 떠오르는데


봉고는 자동차 정글을 헤쳐나가다 삼성타운 쪽으로 방향을 튼다

선과 악의 일상이 탑이 된 고층아파트 숲

주문한 낙원이 익숙하게 빨려 들어간다


방면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없는 창문을 그려 넣을 청년을 다시 불러내는데

뒤에서 경적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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