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로 그리는 마당
ALC가 뭔가요?
3년 정도 틈틈이 집터를 보러 다니다가 드디어 땅을 샀다. 그리고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어떤 걸로 집을 지을지 먼저 소재를 선택해야 했다. 인터넷으로도 열심히 찾아보고 예쁜 집을 직접 찾아가 구경도 해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ALC라는 걸 알게 되었고 카페를 검색하다가 옆 동네에 사는 분과 연락이 닿았다. 그분은 근처 학교에 근무하고 있었고 곧 반갑게 만나게 되었다.
만나보니 그분은 어떤 소재로 집을 지을지 고심하며 몇 년간 전국을 돌아다녔고, 하룻밤씩 자본 집도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이 ALC였다. ALC로 집을 지으면 황토로 지은 것처럼 집이 숨을 쉬고 단열 효과 또한 좋다고 했다. 한 마디로 ALC에 푹 빠져 있었다. 한 시간 넘게 그분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보고 설명을 들으며 나도 결정을 해버렸다.
그렇게 확신을 가진 네 가족이 모였고 각각 다른 장소에서 ALC로 집을 짓기로 의기투합했다. ALC, 즉 경량기포 콘크리트Autoclaved Lightweight Concrete는 시멘트, 석회질 및 규산질 원료에 물과 발포제를 첨가하여 고온, 고압으로 증기 양생하여 만든 블록이다. 스웨덴에서 처음 개발하여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고 우리나라는 남해 독일마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우리가 집을 지을 때만 해도 ALC가 생소해서 왜 그런 어려운 소재로 집을 지으려고 하는가 의아해했다. 시멘트 집도 요즘엔 단열이 잘 되니 생각을 바꿔보라는 설계사의 말도 있었다. 그만큼 주변에 사례가 없어 반신반의할 때도 있었지만 함께 하는 분들의 믿음에 의지하여 밀고 나갔다.
3년쯤 지나니 블록도 잘 말라 단열이 더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름엔 폭염 기간 며칠만 빼면 대부분 서늘하고 겨울에도 따뜻해서 아파트 살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난방비가 절약된다.
전원주택을 짓는다면 보통 장작을 때는 황토찜질방 하나쯤 갖는 게 로망이지만 땔감 준비하는 일과 아궁이 청소하는 일도 만만찮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은 이불 한 장만 깔아놓고 보일러를 조금만 돌려도 뜨끈뜨끈하다. 전원주택은 단열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함께 같은 공법으로 집을 지은 네 가족 다 대만족이다. 특히 숨을 쉬는 집은 적정 습도에 가깝다 보니 비염도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전원주택은 아파트보다 자연에 가까워 벌레가 늘 틈을 노린다. 사람이 살기 좋다는 건 벌레도 살기 좋다는 걸로 해석하면 간단하다. 자신이 원해서 자연으로 갔다면 불편한 점 몇 가지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원생활의 장점과 단점 중 어디에 더 기우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이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는 미리 생각해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부분도 있다. 건축주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설계사가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고 소장과의 불통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잘 해야 평생에 한 번 지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집, 고칠 수 있는 부분은 살면서 조금씩 고치거나 집에 적응하여 집이 좋아지게 만들어야 한다. 주인을 잘 만나면 집은 계속 진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