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람 Jun 12. 2017

하나가 되는 두 가지 방법

One Voice Children's Choir

| 하나가 되는 두 가지 방법, 한 목소리를 만드는 또 다른 방법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어느 어린이 합창단.

그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연습실에서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비슷해질 때까지.

그리고 다시 짝을 바꿔 같은 과정을 되풀이했다.

결과적으로 마치 한 명이 노래하듯 하나의 목소리가 만들어졌고, 그들의 아름다운 노래는 세상의 박수를 받았다.


그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그 무엇인가를 노래했다.

그래서 그들은 신비로웠다.

그들의 미소는 인간의 미소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저 멀리 하늘에 있는 천사 같았다.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의 박수를 받는 다른 합창단이 있다.

그들은 미국 유타 주State of Utah에 있는 원보이스 어린이 합창단One Voice Children's Choir이다.

백악관, 오바마 부부 앞에서 연주하는 원보이스 합창단

2002년 미국 유타 주State of Utah 솔트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 동계 올림픽에서 노래를 부른 어린이 그룹에서 탄생한 원보이스 어린이 합창단One Voice Children's Choir은 4살부터 18살까지 100여 명이 모여 노래한다.


2000년 미국 인구 조사국은 유타 주의 인구가 2,233,169명이라고 보고하였다. 한반도 크기의 면적에 인구는 충청남도와 비슷하다. 솔트레이크 시티 인구는 20만 명이 되지 않는다. 광역 인구를 다 합쳐도 100만 명이 조금 넘는다. 경기도 용인시 정도의 인구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의 환경에서 100여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모아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2017년까지 15년 간 이 합창단을 거쳐간 숫자가 5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원보이스 합창단과 마찬가지로 아마추어인 모르몬 태버내클 합창단Mormon Tabernacle Choir으로 유명한 유타 주는 아마도 합창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성소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 한 사람이 바꾸는 세계


이 합창단의 지휘자 마사 후쿠다Masa Fukuda는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에서 자란 그는 16세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그가 공부한 브리검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 BYU는 유타주에 있는 명문 사학이다. 모르몬교도에 의해 만들어진 유타, 그리고 그곳에 모르몬교 재단이 설립한 학교와 인연을 맺은 그가 동계올림픽에서 노래할 어린이 합창단을 맡게 되면서 원보이스 합창단이 시작되었다. 


올림픽 이후에도 합창단을 유지하기를 원했던 어린이들과 그 부모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원보이스 합창단은 개성을 죽이지 않은 목소리들을 하나로 만드는 어려우면서도 아름다운 작업에 성공한다.

마치 대중음악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성가곡처럼 들리기도 하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산과 나무와 바위와 바람처럼 너무나 다른 하나하나의 소재들이 모여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자연을 떠오르게 한다.

지휘자, 마사 후쿠다 Masa Fukuda

단 한 사람에 의해 세상은 변화한다. 그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세계관을 바꾸기 때문이다.


자유로움 속에서 질서를 찾는 마사 후쿠다의 도전은 쉽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된다. 4세에서 18세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한 장소에 모아 노래하게 하는 것은 그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도전이 되는 일이다. 더구나 쉽지 않은 악곡을 파트별로 완전하게 연습시키고, 그 과정이 음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평화롭고 즐거워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후쿠다의 도전은 기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노래하는 그들 모두의 얼굴에서 한결같이 떠오르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볼 수 있다. 그 미소는 후쿠다와 그들의 도전이 성공적이었음을, 그 과정이 행복한 여정이었음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AMERICA'S GOT TALENT에서 노래한 Burn

| 이 세상의 것을 노래하는 이 세상의 어린이들


그들은 보이는 이 세상과 보이지 않는 그곳과의 균형 위에서 노래한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있는 감동을 전한다.

그래서 그들은 내 아이처럼 뼈와 살이 있는 존재 같다.

살아있는 미소로 그들은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든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강력하다.

단지 음악에만 머물지 않고 그들은 현실세계의 이야기들을 노래한다.

진실을 담은 그들의 눈빛에서 우리는 감동과 함께 세계 곳곳의 어두운 곳에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에서는 거만함 없는 자부심이 보인다.


통제하지 않는 자유분방함 속의 질서.

통제를 통해 질서를 만드는 건 쉽다. 

그러나 자유 속에서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시간은 인내를 요구하고 인내는 믿음 없이는 공허하다.


인간의 의식은 한쪽으로 치우치면 동물이 되고 만다. 그런 수준에서 독재자가 나오고 통제된 사회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균형 잡힌 의식을 갖는 사회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순수하게 드러낸다.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 다른 영혼에 대한 사랑, 그리고 현실 속에서의 자유분방함과 통제 없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질서가 창조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모습이며 동시에 음악의 본래 모습이다. 소리의 진동 없이 이 세상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8,000만 명 이상이 본 원보이스 합창단의 Let It Go - Frozen - Alex Boyé (Africanized Tribal Cover)
Diamonds
True Colors
Glorious


매거진의 이전글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마지막 음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