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언젠가 TV에서 우연히 본 장면이다.
흑인 할머니 한 사람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젊은 흑인 남성이 대화의 상대였다.
이 남성은 인생의 몇 가지 질문을 가져와 할머니에게 주었고,
할머니는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그에게 질문으로 답을 했다.
할머니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시詩였다.
대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답고 쉬운 단어만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그녀의 말은 아름다웠다.
할머니의 이름은 마야 안젤루Maya Angelou(1928~2014),
그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남자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좌절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가 깨달음을 얻고 시를 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녀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시낭송을 했고,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그날 마야 안젤루의 상대는 데이브 샤펠Dave Chappelle,
너무 웃겨서 자신만의 프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코미디언이라는 설명이 붙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구름 위로 떠오르는 무지개가 되렴
시인詩人이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 어쩌면 달라야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그것을 나누는 게 진짜 그들의 의무가 아닐까?
위대한 시인들은 현실 속의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조차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걸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에게 설명해준다.
거기엔 아름다운 언어와 아름다운 리듬과 아름다운 사랑이 담겨있다.
만일 우리가 마야 안젤루의 책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찾지 못한다면,
그건 아직 우리가 그 말을 들을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은 아닐까?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 그저 힘들기만 할 뿐이라면 내가,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그녀는 이런 질문에 지혜로운 어머니처럼 친절하게 답을 준다.
만일 우리가 그런 질문을 가지고 있기만 하다면…
우리는 주차 공간을 찾고, 신용카드를 신줏단지처럼 떠받는다.
결혼을 하고, 감히 아이를 낳고 하는 것을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나이를 먹는 과정일 뿐이다.
우리는 몸과 얼굴에 세월의 흔적을 축적하지만, 진정한 우리,
그러니까 우리 안에 있는 어린아이는
아직도 순진무구하고 목련처럼 부끄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