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지문, Fingerprints of Gods / 그레이엄 핸콕
만일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다 사실이 아니라면?
오래전, 한때 종교적인 문제로 고민하다가 서점에서 제목만 보고 집어 들었던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전혀 종교와는 상관없다.
엄청나게 다양한 전설들과 그 전설의 흔적들,
그리고 거기서부터 유추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들.
소수의 학자들이 품을 수밖에 없던 의심들.
그러나 그 의심들은 주류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주류학자들은 기존의 학설을 유지 계승하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학계의 보수주의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주류가 되는 건 당연한 거다.
세상이 돌아가는 역학이란 게 있는 법이니까, 그 역학이 바뀌지 않는 한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문제는 그 주류의 학설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레이엄 핸콕Graham Hancock은 그런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소수의 학자들이 합리적으로 주장하는 '사실'들을 찾아 취재를 한다.
그게 저널리스트에겐 당연한 일이니까.
이집트에서 멕시코, 페루와 영국까지 세계 구석구석을 누빈다.
그리고 그걸 엮어서 책을 낸 것이다.
밤을 새워 3번씩 반복해서 읽을 만큼 재밌는,
그러나 아직은 증명할 수 없는 가설들이 넘쳐난다.
물론 주류 역사학자들의 얘기도 증명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고 대립하는 거다.
예전엔 그런 싸움을 볼 수 없었다.
너무 어렸기 때문이거나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흥미로운 책 한 권이 내게 역사관과 세계관을 만들어준다. 바꿔준 게 아니라 만들어 준 거다.
바뀔만한 '관' 같은 건 내게 없었기 때문이다.
내겐 이 점이 정말 중요했다.
사라진 고대 문명과 그 문명이 얘기하는 우주적 차원의 진실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건 진짜 진실은 그것을 보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은 결코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날부터, 갑자기 남들이 만들어 놓은 허구를 믿고 살아온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난 진실을 보려고 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좀비처럼, 학교에서, TV에서, 책에서 하는 얘기는 전부 믿었다.
비판은 배운 적도 없었다.
비판하면 '나쁜 아이'가 되는 거였으니까.
세상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가는 거다.
'바보'들로 말이다.
스스로 거길 벗어나려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바보'가 되는 거다.
아무리 똑똑한 척해도, 아무리 스펙이 대단해도, 종교인이라도, 정치 지도자라 해도 다 마찬가지다.
'내 생각'이 없는 사람은 언제나 '바보'일 수밖에 없고
주류에 속한 사람들은 그 '바보'들을 이용하려 든다.
그러면서 사실은 자신들도 또 다른 형태의 '바보'가 되어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모두가 바보로 살 것인가, 진실을 볼 것인가,
그레이엄 핸콕에게 이건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