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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Nov 15. 2017

내가 선택한 삶

영혼들의 여행 / 마이클 뉴턴 Michael Newton

영혼은 정말 윤회하는 걸까?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는 농담처럼 우리 문화에서는 윤회輪廻가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지만, 서양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믿기 어려운 명제다. 최면으로 전생을 알아보는 게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우리와는 달리 서양사람들이 전생이나 윤회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사실 오래전부터 최면을 통한 연령퇴행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환자들의 기억이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 발견되었지만, 사회적인 통념과 과학이라는 벽 앞에서 비밀스럽게 연구되거나 폐기 혹은 은폐되었던 윤회-전생-사후세계의 증거들은 1970년대 중반, 미국의 정신과 의사 레이먼드 무디Raymond A. Moody가 삶 이후의 삶Life after Life에서 사후세계를 처음 언급한 뒤, 조금씩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레이먼드 무디

무디의 책이 발표된 이후에 유사한 경험과 연구가 빛을 보기 시작했고, 그런 흐름은 마치 전생과 윤회가 당연히 진실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미국에서의 일이다. 하지만 진짜 흥미로운 건 그 이후의 일들이다. 


마이클 뉴턴

마이클 뉴턴Michael Newton은 최면술 전문가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최면술이 미국에서는 정식 라이센스를 발급하고 치료의 기재로 인정한다. 뉴턴은 수십 년을 최면술 시술가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특이한 점에 주목했다. 윤회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환자들의 전생을 추적한 그는 생과 생 사이에 있는 틈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전생에서 1900년에 사망하는데 다음 생은 1910년에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틈은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났다. 사람마다, 인생마다, 그 틈의 간격은 달랐지만 확실히 생과 생 사이에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챈 그는 최면을 통해 그 틈을 연구했다. 그 연구를 모은 책이 바로 영혼들의 여행Journey of Souls이다.

죽음에 이르자 영혼이 몸을 떠난다. 터널, 강, 길 등의 상징적인 관문을 통과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영혼은 친구들을 만난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에서는 모두가 터널을 경험하지만, 그건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볼 수 있다) 영혼의 친구들이다. 생을 함께했던 영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혼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같은 그룹에서 인생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에 대해 돌아본다. 때론 가르침을 주는 스승 같은 존재도 함께한다. 

그 시간이 지난 뒤, 영혼은 다시 태어날 것을 결정한다. 물론 다시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부모와 환경을 선택한다. 그 새로운 인생에서 만날 주요 인물과 사건들을 검토하고 자신의 인생에 등장하는 주·조연급의 배역을 친구들과 나눈다.


뉴튼의 책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미 알고 있던 얘기를 정리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삶과 죽음에 관한 서양과 동양의 격차를 줄였고, 심지어 지금의 동양인들보다 훨씬 급진적인 생각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들에게 심어졌다.


서구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전생과 윤회는 농담이나 속담에 등장하는 정도의 가치가 되었다. 만일 오랫동안 우리 민족이 알고 있었고 대물림된 죽음과 관련한 생각들이 정말 진실이었다면, 우리는 그 답을 미국인의 책에서 재발견한 셈이 된다.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삶이 있고, 여러 번 환생을 해서 인생을 경험하며, 삶이 체험 학습에 불과하다는 것과 같은 개념들은 차치하고, 내가 내 부모와 환경을 직접 선택한다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우리는 삶의 가치기준을 관계와 감정을 통한 학습과 경험에 맞추고, 더이상 불평하거나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일을 멈출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산부인과 의사 이케가와 아키라池川 明는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에서 부모를 선택하는 영혼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 아이와 내 부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정도다.


삶이 지속되는 이유를 안다는 건 삶에 대한 태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어디로 가는지 알고 가는 여행과 그냥 길을 따라 걷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하더라도 여행의 끝에서 만날 '그 무엇'을 추구한다면 눈앞에 펼쳐진 진흙투성이의 척박한 땅에서도 그곳으로 가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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