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정화하는 음악, 샐리가든 'The Salley Gardens'
지치는 날은 언제나 조용한 음악이 필수다.
그리고 맑은 목소리도, 아름다운 가사도, 자연스러운 선율도…
모두 내 몸을 정화한다.
인간은 음악이 들으면 '그것'을 상상한다. 혹은 느낀다. 그것은 소리에서 시작하지만, 풍경이 되기도 하고 감정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의 세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좋은 음악은, 그리고 좋은 연주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지금 느끼는 현실을 정화한다.
정화된 마음에는 새로운 '그것'이 자리한다. 그렇게 인간은 음악을 통해 다른 차원, 다른 감정, 다른 존재를 느끼고, 거기서 지금은 갖고 있지 못한, 또는 자꾸 놓쳐버리는 영적인 가치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지친다는 건 그만큼 내 마음이 오염되었다는 얘기다. 무엇에 오염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다시 오염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거니까.
키 크고 마른 이 영국 남자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Ian Bostridge. 외모를 보면 왠지 노래를 할 것 같은 느낌은 아닌데, 정말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벤자민 브리튼Benjamin Britten의 민속 음악 모음집에 실리면서 성악가들이 많이 연주하기 시작한, 아일랜드 민속음악 샐리가든The Salley Gardens을 듣다 보면 바람은 많이 불지만 평화로운 아일랜드의 언덕을 걷는 느낌이 든다.
이 노래의 주인공은 젊은 시절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어리고 어리석어서 그녀의 말을 따르지 못하고 지금 눈물을 흘린다.
후회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내용이지만, 모든 민요가 그렇듯이, 내용과 음악이 꼭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샐리가든을 들으면 떠나간 여인보다, 후회하는 '나'보다, 그저 고요하고 아름다운 초원을 보게 된다.
그렇게 한적한 곳으로 떠나, 바람 속을 걷고 싶은 날이다.
Down by the Sall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crossed the Sall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with her did not agree.
In a field down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And on my leaning shoulder, she laid her snow-white hand.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m full of tears.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 내 사랑을 만났네
그녀는 눈처럼 하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갔네
그녀는 나무에서 나뭇잎이 자라듯 사랑을 편히 받아들이자고 했다네
하지만 나는 어리고 어리석었기에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네
내 사랑과 나는 그 강가, 들판에 서 있었네
기울어진 내 어깨에 그녀는 눈처럼 하얀 손을 얹고 있었네
그녀는 언덕 위에서 풀들이 자라나듯 삶을 편히 받아들이자고 했다네
하지만 나는 어리고 어리석었기에 이제 눈물만 가득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