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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람 Jan 25. 2016

사랑과 삶에 서툰 사람들, 어릿광대를 불러줘

Send in the Clowns / Stephen Sondheim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며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작곡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ude Story.

이 작품의 작사가는 누굴까?

Stephen Sondheim과 Leonard Bernstein

1957년, 이 역사적인 작품에 당당하게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당시 27세에 불과했던 어린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이었다. 본인의 능력도 물론 대단하지만 이렇게 어린 천재를 과감히 기용할 수 있었던 사람들과 그 문화 역시 대단하다. 앞서 준비하던 작품이 무산되면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데뷔 작품이 된다.

뮤지컬 작곡가인 손드하임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보다 18살이나 많지만, 음악적으로는 오히려 미래의 세대라고 평가를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평가는 그의 음악이 어렵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평가를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던 그의 작품이 2000년대에 들어와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국내에 소개된 어쌔신Assassins, 2007년에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스위니 토드Sweeney Todd, 그리고 역시 2014년에 영화화된 인투 더 우즈Into the Woods역시 그의 작품이다.

캐서린 제타 존스와 안젤라 랜스베리가 출연한 2010년 공연 포스터. 캐서린 제타 존스는 2010년 드라마데스크와 토니상 뮤지컬 부문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브로드웨이의 자존심, 차세대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1973년 작품 "A Little Night Music"의 히트 넘버, Send in the Clowns는 그의 수많은 뮤지컬 넘버들 가운데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곡이다.


가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본인이 직접 쓴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그의 가사 역시 난해하고 은유와 비유가 난무한다.
실제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광대는 등장하지 않는다. 서커스와도 관련이 없다.


손드하임의 다른 모든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뮤지컬 역시 드라마가 상당히 복잡하다.

완성도 높은 연극에 뮤지컬의 옷을 입힌 것처럼, 드라마는 그의 작품의 가장 중심에서 주제를 외치고 있다.

1900년 스웨덴을 배경으로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데지레Desiree프레드릭Fredrik이다.

두 사람은 20년 전 뜨겁게 사랑했지만 결혼을 원한 프레드릭과 달리 데지레는 연극 무대에서 성공하려는 욕망을 선택한다. 데지레는 프레드릭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는다.


20년이 지난 현재, 한 번 결혼에 실패한 프레드릭은 성공한 변호사로 나이 어린 신부와 결혼한다. 하지만 그의 결혼은 11개월동안이나 제대로 된 부부의 밤을 보내지 못하는 바람에 육체적인 욕구불만이 쌓여간다. 18세의 신부 Anne은 너무 어려서 그의 욕구를 받아주지 않는다.


데지레와 프레드릭은 이 순간에 다시 만난다. 그리고 둘은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데지레는 이제 프레드릭과의 결합을 꿈꾸며 어머니의 농장으로 프레드릭의 가족을 초대한다. "시골에서의 한 주A Weekend in the Country"라는 이름의 파티 초대장이 발송된다.


어린 신부 앤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질투를 느끼는데, 그런 앤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있었다. 프레드릭의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들 헨릭Henrik이다.


한편, 데지레와 최근에 연인으로 지낸 칼매그너스Carl-Magnus의 아내 샬롯Charlotte은 남편에게 데지레와 프레드릭의 관계를 폭로하고 프레드릭의 아내 앤에게는 초대에 응해서 데지레를 무너뜨리라고 조언한다.


결국 파티엔 초대받지 않은 칼 매그너스와 샬롯 부부가 나타난다. 저녁식사 자리는 인물들 각자의 욕망으로, 은밀하면서도 한편으론 드러내지 않은 감정과 목적을 비유와 직설로 쏟아내며 뒤엉킨다.


어린 신부 앤은 그 자리를 뜨고, 헨릭이 따라 나간다. 데지레는 자신의 방에서 프레드릭에게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고백을 하지만, 프레드릭은 그 순간 앤을 진실로 원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번엔 프레드릭이 데지레를 거절하게 된 것이다.


데지레가 노래한다.


Isn't it rich?

충분하지 않아요?

Aren't we a pair?

우리 한 쌍 아니에요?

Me here at last on the ground, You in mid-air.

결국 나는 여기 땅 위에 있고, 당신은 공중에 있어요.

Send in the clowns

어릿광대를 불러요


Isn't it bliss?

축복 아닌가요?

Don't you approve?

그렇지 않아요?

One who keeps tearing around, one who can't move.

한 사람은 눈물을 흘리고, 한 사람은 움직일 수 없어요.

Where are the clowns?

어릿광대는 어디 있는 거에요?

Send in the clowns.

광대를 불러요.

Just when I'd stopped opening doors,

마음의 문을 열어놓는 걸 멈추자,

Finally knowing the one that I wanted was yours,

마침내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에요.

Making my entrance again with my usual flair,

세련된 모습으로 다시 마음의 문을 열고,

Sure of my lines, no one is there.

내 길에 확신을 가졌는데, 거긴 아무도 없네요.


Don't  you love farce?
파스(광대극) 좋아하지 않나요?
My fault, I fear.
내 잘못이야, 무서워요.
I thought that you'd want what I want.
난 당신도 내가 원하는 걸 원한다고 생각했어요.
Sorry, my dear.
미안해요, 내 사랑.
And where are the clowns?
근데 어릿광대는 어디 있죠?
Quick, send in the clowns.
어서, 어릿광대를 불러요.
Don't bother, they're here.
그러지 않아도 돼요, 여기 있으니까.

Isn't it rich?

충분하지 않아요?

Isn't it queer,

이상하지 않아요?

Losing my timing this late in my career?

내 삶이 이렇게 때를 놓치고 늦었다는 게?

And where are the clowns?

어릿광대는 어디 있는 거에요?

There ought to be clowns,

어릿광대를 불러야만 해요,

Well, maybe next year.

어쩌면 내년에는


이 드라마의 상황을 모르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이렇게까지 많이 알려진 건 왜일까? 아마도, 이 노래 안에 담긴 삶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요인이 아닐까?


세상은 게임이 아니다.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데려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마음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거다.

어릿광대? 사실 우리가 어릿광대인걸, 누구를 부르겠는가?

긴 과정을 통해 삶과 사랑에 진실이 필요하단 걸 알았을 때, 그걸 깨달았을 때,
그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뭐 이런 의미가 흐르는데,
더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작품을 함께 보는 수밖에…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이 안젤라 랜스베리(Angela Lansbury),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배우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후회와 아이러니의 감정을 담은 이 노래의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1990년에 손드하임은 한 인터뷰에서 "이 노래의 제목과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는 편지를 수년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손드하임은 주인공 데지레가 연극배우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공연계에서 사용하는 의미로 '광대를 불러'라는 말을 설명했다.


현대의 무대에서는 계획된 출연이 아니라면 광대를 부르는 일이 거의 없지만, 과거엔 공연이 재미없거나 반응이 싸늘해지는 순간이면 광대들이 나와서 분위기를 띄우곤 했다. 이 작품이 190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한다. 그리고 광대는 바보짓을 하는 캐릭터라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2008년 인터뷰에서는 또 이렇게 말했다.

"제목을 '바보를 불러요'라고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광대와 바보는 동의어다. 하지만 같은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영화배우 글렌 클로스Glenn Close의 노래로 감상해보자.
1993년 카네기 홀에서 열린 "Sondheim: A Celebration at Carnegie Hall"실황이다

https://youtu.be/vufO2FZY6XQ

Send In the Clowns - Glenn Cl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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