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Bach, 파르티타 Partita No.3 in E major
이 음악을 들으면 연극 무대가 떠오른다.
바흐J.S. Bach와 전혀 관계없는 194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의 유리 동물원The Glass Menagerie.
오래전 지방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때 바흐의 파르티타Partita No.3 in E major를 배경으로 썼다. 주인공 톰의 어머니 아만다가 등장할 때 쓰였던 음악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고 그저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 음악과 묘하게 일치하는 연출이라서 제법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아만다가 등장하기만 하면 이 음악이 흘렀다.
그렇게 음악과 장면이 강렬하게 연결된 후, 물론 내 머릿속 얘기지만, 나는 이 음악이 들리면 언제나 그때 그 무대를 떠올린다.
번역된 대본 속, 어울리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는 한국의 연기자들. 한국사람 얼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서로 불러대며, 한국말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이상한 말을 주고받는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그 말을 이해한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의도대로였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 걸까?
연극은 그렇게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만나고 흩어진다.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내 머릿속에 바흐의 선율로 깊은 자국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