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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Oct 15. 2024

브런치 작가의 여정ㅡ10년후 우리 글도 여기 전시될거야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이루어져라 얍!


10년 전 즈음 우리는 한겨레 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만났다. '이 수업을 같이 듣자!' 하고 약속한 것도 아니었는데, 개강 첫날 만나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OO아! 너 어떻게 여기 왔어?"

"저요? 수업 들으러 왔죠! 언니는요?"

"나? 나도 수업 들으러 왔지!!"


모두들 처음이라 어색한 사이에서 나와 후배는 너무나 신나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눴다. 첫 수업을 들어오신 작가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더니 우리에게 반장과 총무 역할을 제안하셨다. 머뭇머뭇 거리는 사이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그렇게 우리는 '한겨레 아동문학 작가학고 48기'의 반장과 총무가 되었다.




언니! 잘 지내요?
나 언니가 꿈에 나와서 생각나서 연락했어요. 엄청 신나고 기분 좋은 꿈이었거든요.
우리 만날까요?


며칠 전, 후배의 연락으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엊그제 까지 같이 수업을 들었던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10년 만이었다. 날짜만 우선 정해둔 다음, 어디서 만날까를 고민했다.


우리 둘 다 글 쓰는 사람이니까, 우리 여기서 만나면 어때?


마침 운명?!처럼 우리가 만나기로 한 날이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작가의 여정 팝업 전시' 마지막 날이었다. 집에서 조금 먼 곳이기는 했지만 핑계 삼아 꼭 가보고 싶었다.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작가님들의 기운을 모두~ 끌어모아 받으면 뭐랄까, 앞으로 글이 잘 써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여정 팝업 전시는 정말, 브런치 다웠다. 에필로그부터 마지막 여정까지 무엇하나 빠짐없이 글 쓰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었다. 브런치를 통해 작가가 된 작가님들의 여정과 이야기, 그리고 질문들까지 모두 마음속에 담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몇 개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정혜윤 작가님의 코너였다. 글쓰기 레시피 문장들도 모~두 좋았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미래의 나를 위한 선물 - 일기장과 노트'에 적힌 문장이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아무렇게나 적습니다.
저의 지난 기록과 일기장을 펼쳐보면서
지금 하는 생각의 씨앗이 된 페이지를 발견하면 스스로 놀라곤 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아무렇게 적는 사람 여기도 있어요! 하고 손을 번쩍 들고 싶어졌다. 정혜윤 작가님의 메모를 보면서 모든 페이지 안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겹쳐지는 순간을 만나면 얼마나 황홀할까, 상상해 보았다. 부러운 마음과 나도 그런 경험을 꼭 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게 만드는 코너였다. 특히! 저 챠크라 스톤이랑 아로마 오일, 싱잉볼까지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두 번째는 황보름 작가님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에 대한 스토리를 보았을 때이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 소설 부분이 추가된 것도 황보름 작가님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황보름 작가님의 작가로의 첫 시작이 인상 깊었다. 그녀는 그냥 모든 업을 관두고 '전업작가'로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처음에는 에세이스트로 작가로의 삶을 시작했다. 10년 동안 전업작가로 생활하면서 세 권의 책을 출간하셨고,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휴남동 서점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면서 삶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 에세이스트로 시작한 그녀의 삶이 소설가로 성공하게 된 것이다.


언니, 그거 알아요?
작가가 돼서 성공하는 일도 어렵지만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일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황보름 작가님의 스토리를 보고, 후배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업작가로의 선언이 얼마나 큰 용기였을지,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명작가로의 삶을 살아낸 시간이 그녀를 얼마나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었을지 말이다.




이제 막, 첫 책을 출간한 우리 둘. 브런치 작가의 여정 팝업 전시회에서 후배의 첫 소설책에 사인을 받았다. 후배가 적어준 문장이 참 좋았다. '사랑받아 마땅한' 이라니! 얼마나 가슴 뛰는 말인가. 10년 후에는 후배와 나의 글이, 책이 이곳에 전시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꾸준히 글을 써 나가기로 했다. (그러니 브런치가 오래오래 이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 ☞☜)




전시만 한 번 해보고 집으로 몽땅 가져온, 나의 브런치북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앞두고 당선의 기운을 모으고 모아 나만의 브런치북 갤러리에도 전시를 해 보았다. 사진만 한 번 찍고 모두 챙겨 왔다.  언젠가 나의 역사가 될 이 장면을 꿈노트에 담아두고 싶었다. (내 꿈노트도 나중에 브런치 팝업 전시에 전시를 해야하니까~ 야무진 꿈을 꿔보며!)


10년 동안 써온 나의 기록을 전시하게 될 때, 예쁜 유리장 안에 어떤 것부터 놓아야 할지 벌써부터 행복한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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