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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Oct 05. 2024

협성독후감 공모전, 똑 떨어지길 잘했다

머리뿐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살아있는 글쓰기

달력에 적어두고 기다리던 그날, 다름 아닌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었던 독후감공모전 글쓰기의 응모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이 뜬 것을 확인하고 읽지 않은 채로 휴대폰을 확인했다. 혹시, 당선 메시지가 먼저 오지 않았을까 해서다.



아...,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혹시..., 입선이라도 하는 마음과 함께 수상자 명단을 확인했지만 역시나 혹시나 내 이름은 없었다. 그리고 첨부 파일에 '공모전 결과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평이 담긴 영상' 링크가 있었다. 어떤 기준으로 글을 평가하셨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영상을 시청했다. 심사위원 분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기존의 독후감 틀에 얽매이지 않은, 나의 이야기가 담긴 글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것이었다. 나도 나름 그렇게 쓴 것 같은데...., 하면서 응모했던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세상에! 내가 이걸 공모전에 냈었구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줄거리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글. 나름 이전 수상작들을 보며 전략을 짜고 쓴 글이었는데 많이 부족한 글이었다. 이걸 내고 수상을 바라고 있었다니 참....,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협성독후감 공모전 선정 도서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소설이었다. 심사위원 분들의 조언을 담아 다시 글을 쓴다면 어떻게 써 볼까? 고민을 해 보았다. 이미 공모전은 끝났지만 잘못 썼던 글을 고치는 과정에서야 말로 초보 작가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고민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 '아, 이 이야기를 가지고 글을 풀어냈으면 더 좋았을 텐데...., ' 마음속으로 수 십 번을 다시 고쳐 썼다. '내 삶의 이야기를 더 담아볼걸..., ' 삶의 경험 속에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내가 노력한 부분들에 대해 써보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맨 처음 이 책을 읽고 쓰려했던 에피소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린 시절 왕따를 겪었던 이야기
그랬던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처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을 때, 학급에서 발생한 왕따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던 아쉬움
그래서 그 뒤로는 우리 반 아이중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노력했던 이야기
그 연장선 상으로 학생자치회를 담당하는 교사로 한 달 정도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운영했던 이야기
어떤 선생님께서는 아침에 10분 그거 외친다고 학교폭력이 없어지겠냐고 물으셨지만, '예방 캠페인을 운영하는 아이들 만이라도 마음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면 거기에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요?' 대답했던 나의 대답들...,
나의 모습을 '별 의미 있겠어?'라고 보는 선생님도 계셨지만,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다시 기회가 오다니!

그런데 얼마 전, 블로그에 한 댓글이 달렸다. '협성독서왕' 공모전에 글을 낸다는 나의 글을 본 블로그 이웃이 자신도 이번에 수상하지 못했지만 '알라딘'에서 운영하는 '우주리뷰상'이라는 공모전에 '이처럼 사소한 것들' 선정도서로 되어 있으니 그 글을 다시 한번 내 보면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우주리뷰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 우주'가 나를 도와주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공모전 마감일까지 딱 하루가 남아있는 상황. 전에 쓴 글을 고칠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하는 글이었으니 말이다. 미리 반성하고 고민해 두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차마 용기 있게 담아내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적어보고, 어떤 순서로 글을 구성하면 좋을지 흐름을 짰다.



맞아, 이거지!

첫 문장을 쓰고 쭉,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마음과, 머리와, 키보드를 치는 손이 하나가 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함과 동시에 그 표현을 키보드로 적어 내려 가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협성독서왕 공모전 응모 글을 쓸 때는 머리만 부서져라 아팠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꼭 춤을 추듯 글을 써 나갔다. 나에게 주어진 여유 시간은 딱 한 시간, 그 시간 안에 글을 써내야 한다는 상황이 나를 더 집중하게 만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멈추거나 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흐름을 이어 나가며 글을 쓰고 나니 딱 40분이 걸렸다. 남은 시간 동안 간단한 퇴고를 마치고, 다행히 중간중간 수정을 할 수 있어서 수정해 나가며 짧고 굵은 글쓰기를 마쳤다. 이후에도 오늘 자정이 되기 전까지, 아이를 재우며 몰래 수정할 아이디어를 휘갈겨 쓰기도 했다.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함께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써야 할 글도 많고, 살펴야 할 것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오늘 있었던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의 경험이 앞으로 글을 쓰면서도 꼭꼭, 기억해야 할 문장을 남겼기 때문이다.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으로도 함께 글을 써야, 독자에게 의미 있게 가 닿을 수 있고 뿐만 아니라 나 또한 '나 다운' 글을 써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협성독서왕 심사위원분 중에서 '김혜진' 작가님의 말씀도 가슴에 새겨본다. 서툴고 투박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써 나가 보자. 그것이 애써 시간과 공을 들여 글을 써 나가는 이유 이기도 하고, 나의 글을 읽는 독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내용))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부족하고 서툴지만 처음 공모전에 냈던 글과 새롭게 바꿔 쓴 글을 공유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서툴지만 내 이야기를 써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으실 수 있기를 바라며❣



((처음 쓴 글))



((우주리뷰상 공모전에 쓴 글))

https://tobe.aladin.co.kr/n/259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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