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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Apr 14. 2020

우우우~ 원웨이 티켓투더 문~

주먹보다 보자기가 힘이 세다.

“엄마 딸기! 딸기!”

 “지금 집에 딸기가 없어.”

 “그럼 사러 가면 되잖아.”

 “밖에 비가 오잖아. 그리고 아빠도 안계시고. 깜깜해서 우산 쓰고 나가기도 어려워.”

 “싫어. 딸기 줘 빨리~”     


진퇴양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아이는 막무가내로 딸기를 달라고 했다. 나가자고 마음먹으면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도저히 걸음이 느린 두 아이를 데리고 깜깜한 밤에 우산을 쓰고 마트에 갈 자신이 없었다.   

   

 “연우야, 밖이 깜깜하지? 그리고 뭐가 오고 있지?”

 “비와.”

 “맞아 비가 와서 엄마가 우산을 쓰고 은수랑 연우랑 같이 딸기를 사러 가기가 어려워. 그러니까 우리 아빠 오시는 길에 딸기 사달라고 부탁하고 잠깐만 기다리면 어때?”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손으로 재빠르게 남편에게 오는 길에 딸기를 꼭! 제발! 잊지 말고! 사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기다리자’라고 말을 끝내면 아이가 짜증을 낼 것이 훤해서 ‘어때?’로 나름 전략적으로 물어봤다. ‘응 알겠어요.’라는 대답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지만 항상 그랬듯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아이는 내 뜻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싫어. 지금 딸기 먹고 싶단 말이에요. 빨리 딸기 줘요.”     


 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씩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버럭’단계가 될 것만 같았다.      


‘방법을 찾자. 방법을 찾자.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으아~! 아무 생각이 안나 방법이 없어!’     


생각하는 사이 아이는 더 심하게 짜증을 냈고 나의 영혼은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원 웨이 티켓! 우우우~ 원 웨이 티켓 투 더 문~!’     

 탈출한 영혼이 음악을 안고 돌아왔다.      

 ‘에라 모르겠다. 춤이나 추자!’     


 머리를 열심히 흔들면서 아랫집에 매우 죄송했지만 점프점프를 열심히 하면서 (나름 가볍게 뛰려고 노력했다.) 노래를 불렀다. 신나게! 흥겹게! 음악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짜증내던 연우가 짜증을 멈췄다. 그리고 잠시 아무 말을 하지 않더니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먼 메이, 먼 메이, 먼 메이 티켓”

 “우우우~ 원 웨이 티켓 투 더 문~”     


 버럭 할 뻔 했던 순간을 지나 아이들과 흥겹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연우는 ‘원 웨이’가 반복되는 이 노래를 무척 놓아했다. 발음이 정확하게 안 들렸는지 ‘먼 메이’라고 말하면서 꽤나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아! 라디오 디제이님 감사합니다. 라디오 피디님 고맙습니다.’  라디오 앞에서 절이라도 할 판이었다. 열정적으로 춤을 춘 우리는 노래가 끝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 노래 끝났네.”

 “괜찮아 조금 있으면 또 나와.”     

 핸드폰으로 찾아 노래를 들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즐거운 순간 휴대폰으로 노래를 찾느라 흥에 겨워 행복한 아이의 얼굴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신난 우리는 노래가 끝나도 춤사위가 끝날 줄을 몰랐다. 노래가 한 곡 한곡 나올 때 마다 신나게 춤을 췄다. 중간에 기다리는 그 시간과 다음에 나오는 알 수 없는 노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느린 음악이 나오면 손을 잡고 왈츠를 추듯 춤을 췄다. 아이 발을 내 발 위에 올려놓고 그렇게 춤을 추는 사이 다행히 아이 아빠가 왔다.     


 “아빠다!”

 “아빠도 같이 춤추자고 할까?”

 “아니, 빨리 딸기 먹을 거야.”     


 연우는 집요했다. 역시, 내 아들이다 싶었다. 잊지 않고 아빠에게서 딸기를 찾았다. 다행히 남편은 딸기를 사왔다. 자신보다 딸기를 먼저 찾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깔깔깔 웃었다. 딸기를 먹고 나서 나오는 음악에 온 가족이 열심히 춤을 췄다.     




 많은 육아서에 부모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참다 참다 욱 하지 말고 그때그때 아이와 잘 풀어내라고 말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어려울 뿐 더러 힘든 순간에는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손쉬운 방법을 썼다. 엄마가 되었다고 없었던 일관성이 어디서 갑자기 툭 생겨나는 것도 아니었다. 나름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끝까지 떼를 쓰면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그만해!’ 하고 버럭 하게 되는 게 현실이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면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 날 이후 이도 저도 아무것도 안 통하는 날,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싶을 때면 ‘원 웨이 티켓~’부터 수많은 아는 노래를 총 동원해서 아이가 짜증을 멈추고 같이 춤을 출 때 까지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요즘은 처음처럼 드라마틱하게 반응을 하고 바로 같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지는 않지만 정말, 그 어떤 패도 나에게 남아있지 않을 때는 이 방법을 사용했다. 어떤 육아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모자만의 문제해결법 이었다.      

 화를 낼 상황을 유머로 이겨낼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일관적이게 지키기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유머’만큼은 일관적이게 할 수 있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원 웨이 티켓’으로 시작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 그만이었다.      




 ‘가위 바위 보’에서 주먹보다 보자기가 더 힘이 세다. 누군가를 이기려는 마음보다 감싸 안는 마음이 더 강하다. 아이가 되지도 않는 떼를 부리는 때에 아이의 고집을 꺾으려고 ‘주먹’을 쓰는 것 보다 ‘보자기’를 쓰는 것이 상황을 해결하기 편했다. 나도 즐거웠고 아이도 즐거웠다. 더 이상 울고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추면 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앞으로 이렇게 아이들과 춤추듯 오늘을 살자고 생각했다. 이도 저도 안 될 때는 ‘원 웨이 티켓 투 더 문’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자고 다짐했다. 


아이들과 그렇게 신나게 춤을 추다 보면 마음만은 벌써 달에 가 있게 되는 것처럼.
아이러브유 포레버 아이러브유, 내가 사는 동안, 너는 나의 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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