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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Mar 25. 2021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삶

나의 클래스를 응원하는 사람들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삶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다 지치고 힘들 때면 마당을 나온 암탉을 꺼내 읽는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문득,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올 때면 마당을 나온 암탉 추천사에 나온 한 문장을 떠올린다.


오히려 진짜 주인공은 남들이 자기를 알아주거나 칭찬해 주지 않아도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용감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바로 잎싹처럼 말이에요.


잎싹의 삶을 읽어 내려가면서 지금 나는 어디 즈음 와 있는지 살펴본다. 안전한 마당에 머물고자 하는지 아니면 그 너머에 발을 내디뎠는지 말이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내가 안전하게 여겼던 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뜻 이기도 하다. 기존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면서는 그동안 살아온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안전한 마당을 나와 족제비를 경계하는 잎싹처럼 밤을 꼴딱 새워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찬 비바람을 온전히 내 몸으로 맞아야 하는 때도 있다는 뜻이었다.



올해 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하나 상상하며 보물지도를 그렸고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그중에 하나가 '움직이는 공방'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우리 집 식탁과 지역 마을 동아리에서 더 나아가 전국을 돌며 '민화테라피'클래스를 운영하는 공방지기가 되고 싶었다. 호기롭게 매주 주말 강연을 잡았고 잔뜩 재료를 구매했다.

그렇게 재료를 구매했는데 문화센터 클래스가 줄줄이 폐강이 되었다. 전화를 해서 단 한 명만 있어도 가겠다는 말에 아무도 신청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쓰디쓴 대답을 들을 뿐이었다. 나름 단단하게 채웠다고 생각한 자존감이 다시 헐렁해지는 듯했다. 잔뜩 쌓여있는 재료를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꽉 막힌 듯 답답해져 왔다. 




그렇게 계속된 폐강 소식에 쭈구리가 되어갈 무렵,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삼삼 오오 강의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움츠려 있었던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우리가 함께 해 줄게!' 하며 기꺼이 먼 타지에서 클래스가 열리는 곳까지 와 주신 분들이었다. 내 삶에서 저 깊이 동굴로 들어갈 때마다 등대가 되어 방향을 비춰주는 멘토의 도움을 받아 보물지도에 쓴 것처럼 정말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저자 강연과 함께하는 '민화테라피' 클래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3월, 4월 그렇게 도움을 받아 클래스를 진행했으니 이제 내 힘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차례가 되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삶, 

그런 삶은 어쩌면 생각처럼 행복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주저앉아 울 때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내 곁에 나의 시작을 함께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커다란 힘이 된다. 다시 일어서서 조금 더 걸어가 볼까, 생각하고 다짐하게 된다. 

무엇하러 이렇게 경험을 쌓고 바쁘게 움직이느냐고 누군가 물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쉽게 생각나지 않았다. 막연히 떠오르는 느낌은,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내일로 미뤘을 때 미루는 순간 그 일은 실행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돼 버린다는 거였다. 지금, 내 자리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어서 움직이는 내 모습이 누군가 보기에는 안 될 일을 너무 애쓰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쩌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모두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입으로 내뱉고, 생각은 점점 더 과감해지고 더 큰 돌부리에 넘어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걸어온 경험이 쓸모 있는 것이 되기를 바라며 내가 앞으로 만들어 나갈 클래스와 함께한 사람들과의 커뮤니티에서도 서로의 시작을 도울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 사는 삶을 살아가도록 내가 경험하고 도착한 지점에서 누군가 출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받은 사랑만큼 아낌없이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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