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현 작가 Aug 14. 2021

엄마의 삶이 콘텐츠다

평범한 엄마가 책을쓰게 된과정

수많은 육아서와 에세이가 존재하는 이유

 서점에 가 보면 정말 많은 종류의 육아 에세이와 육아서가 있다. 비슷한 내용인 것 같아도 매번 새롭게 책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 존재하는 엄마의 수와 아이의 수만큼 다양한 육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전하려는 메시지는 같아도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책이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끄덕 하게 된다.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는데 이런 책은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나의 경험이 담긴 글로 새로운 육아서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 이미 수많은 육아서가 있음에도 또 새로운 책이 나온다면 그 책이 내 책이 되지 못하리라는 법이 없다. 누구나 엄마는 처음이라 늘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책을 읽는다. 만약내가 겪은 문제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책을 쓴다면그게 바로 육아서고 육아 에세이가 된다. 그렇다면 평범한 엄마의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 걸까?


엄마의 삶이 콘텐츠다

➀ 엄마가 된다.

 우리는 ‘나’라는 존재에 새로운 역할이 추가되면서 성장한다. 그중에도 엄마가 되는 과정은 그 어떤 과정보다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평범하게 할 수 있었던 밥 먹기, 화장실 가기, 씻기, 자유시간 가지기 등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되면서 삶 속에 불편함이 생긴다      질문

 이렇게 쌓이는 불편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른 채 점점 쌓여간다. 엄마의 삶이 답답하고 무엇인가 탈출구를 찾고 싶어지는 상황에서 엄마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왜 힘든 거지?’,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불편한 거지?’, ‘그렇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③ 관찰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내 삶을 관찰을 하기 시작한다. 내 마음을 자세하기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어떤 상황에서 특히 힘들어하는지, 어떨 때 미운 감정이나 억울한 감정이 드는지 등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관찰일기를 기록한다. 여기에서 기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메모다. 메모지와 펜을 수시로 들고 다니면서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상황은 어떠했는지, 그때 내 마음은 구체적으로 어땠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을 하고 나서 기분이 어땠는지 짤막하게 적는 것이다.

     

④ 가설 설정

 이 과정은 내 삶을 관찰하면서 적은 관찰일기를 활용해서 진행되는 과정이다. ‘A라는 상황에서 B라는 행동을 했고 이때 내 마음은 C이었다.’ 그렇다면 ‘A라는 상황이 반복되었을 때 B'라는 조치를 취한다면 나는 C'가 될 것이다.’라고 가정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불편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독서 또는 강연이다. 책을 읽고 정답을 찾으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는 것이다. 특히 강연의 좋은 점은 강사와 직접 대화를 나눠보면서 강사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⑤ 실험

 가설 설정한 것을 바탕으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A라는 상황이 반복되었을 때 B'의 조치를 취해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엄마의 자존감이다. 예전과 같은 행동이 아니라 새로운 행동을 취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의식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의식적인 노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자존감이다. 엄마의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삶에서 무엇을 할 때 성취감을 느끼고 에너지가 충전되는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엄마는 운동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엄마는 어질러진 집을 말끔하게 정리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 어떤 엄마는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요리를 하는 엄마도 있다. 사람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가가 다르다. 이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엄마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며 그것이 즉 엄마의 삶 속에서 일상을 실험해 나가는 힘을 키워준다.     


⑥ 결과

 실험을 해 보았을 때 예상한 대로 C'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 과정으로 하나의 글감이 생성된다. 하지만 보통 단번에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다. 삶은 과학실험처럼 원인과 결과 자체가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실패한다면 실패한 이유 자체도 글감이 될 수 있다. 실패했을 때 중요한 것은 왜 실패했는지 생각해 보고 다시 질문하는 단계로 돌아가는 힘이다. 바로 이 힘이 회복탄력성이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지만 맨 처음 내 삶을 힘들게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위치에서 질문을 하게 된다. B'라는 조치가 왜 C'라는 결과를 만들지 않았는지 내 삶을 다시 관찰하고 독서나 강연 혹은 대화 등을 통해 새로운 가설을 설정하여 실험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하면, 과정과 결과를 담아내는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이 글은 에세이가 되기도 하고 육아법이 되기도 한다. 엄마의 삶 자체가 책이 되는 것이다. 


엄마의 삶이 콘텐츠다

 답답해서 이 책을 읽고 저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전하려는 메시지는 똑같구나! 를 느끼곤 한다. 그 메시지를 어떤 경험과 버무리느냐에 따라, 어떻게 해석해서 삶에 적용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콘텐츠가 되고, 다른 책이 된다.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처음 시작은 항상 '나의 삶'으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 질문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세상과 연결하면 그것이 '책'이 되는 것이다. 일상 실험이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했다면 그 실패를 어떻게 딛고 일어섰는지가 또 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 기록이 또 새로운 깨달음을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하나의 에세이고 책의 한 꼭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나만의 답'이 존재했으면

 세상에, 더 많은 '나만의 답'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되고 융통성이 없었던 나는 세상이 정한 '정답'대로 아이를 키우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고 육아 우울증으로 무기력해졌다. 나 같이 힘든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융통성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더 많은 이야기가 존재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더 다양한 답이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기록을 남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성스럽게 키운 옥수수를 팔아보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