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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함 Mar 29. 2022

33. 황혼

 개월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오래전 조부모님이 돌아가셨던 나는 어르신들을 만날 일이 없었다. 같이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다지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시골에 내려와 보니 주변을 형성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인이었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들과 부딪치며 살아가야 한다. 면사무소에서 일하며 여러 상황과 환경에 처한 노인들을 보았고 그들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부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몸이 아파 휠체어를 타는 할머니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부부가 있었다. 장님과 앉은뱅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할머니에게 고생이 많다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먼저 죽을까 봐 걱정이야. 내가 죽으면 자식들이 고생하거나 요양원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 밖에 더할까. 여태껏 육 남매 키우느라 고생만 했는데 그 생각만 하면 불쌍해. 몸이 불편해도 그래도 내 손으로 돌보는 게 나아.”

할아버지 손을 꼭 잡으며 자신보다 남겨질 사람을 걱정하는.. 나로서는 경험해 본 적 없는 그들의 이야기. 코끝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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