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집콕 생활

남매 맘의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자세

by 김나현 작가

'띠디디디 띠디디디' 인터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뭐지?"

"인터폰 울리는 거 같은데?"

"지금 몇 시예요?"

"새벽 6시. 무슨 일이지?"

"잘못 누른 거 아닐까?"


잘못 누른 거겠지 싶어 무시하려는데 신호음이 끊기지를 않는다.


"내가 가서 받아볼게."


결국 남편이 나가 인터폰을 받았고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니 잘못 걸려온 전화는 아니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온 남편은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랫집에서 아이들이 너무 뛰니까 조용히 해 달라고 하던데?"

"응? 아직 아기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그러니까. 층간 소음이 윗집 아랫집 문제만은 아닌가 봐. 대각선으로 타고 가나?"


참다 참다 새벽 6시에 우리 집으로 인터폰을 하신 아랫집도 얼마나 황당했을까? 신혼부부 시절 우리 집은 3층이었다. 아랫집은 2층이고 1층은 어린이집이라 도대체 그때 층간소음은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아직도 미스터리다.





그때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니까 다행히?! 변명거리가 있었는데 5살 3살 남매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나니 이건 뭐, 변명할 여지없이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이 되었다. 집에서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아이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다다 다다다다' 뛸 때가 있다. 이 뿐인가. 짜증이 가득 차서 발을 동동 구를 때는 또 어찌나 힘이 좋은지 집이 울리는 진동에 엄마의 마음은 속이 타들어 갔다.


'뛰지 마세요!' 하면서 붙잡으면 야무지게 손길을 벗어나서는

씨익 웃으면서 또 다다다다 뛰는 아이들을 보며

정말 아랫집에 인사를 가야지, 가야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상하게 '인사를 가야지' 하고 마음은 매번 먹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 어느 날,


'관리사무소에서 알립니다. 층간 소음은 입주민의 생활을....., 513동에서 층간소음 민원이....., '


513동 우리 집. 우리 동 우리 라인을 콕! 집어서 층간소음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니 조심해 달라는 방송이 나왔다. '이제 진짜 미루면 안 되겠다. 내일은 꼭 아랫집에 인사드려야지.'


윗집에서 챙겨주신 마스크, 간식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에 윗집에서 먼저 인사를 오셨다. 귀한 금스크를 두 개나 주시고 맛있는 과일 주전부리 챙겨주셨는데 우리 집 아이들도 층간 소음 유발자라서 우리 집은 매우 괜찮다는!! 메시지와 함께 집에 있는 맛있는 한라봉 가방에 담아 전해 드렸다. (그 층간 소음이..., 혹시 예전 우리 집처럼 원인 모를 어느 곳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ㅠㅜ)


윗집의 정성에 그동안 미루고 있었던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얘들아, 우리 아랫집에 가서 '저희가 뛰어서 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살금살금 걷겠습니다.' 인사하고 오자!" 아이들을 미리 교육하고 아랫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몇 번 갔는데 부재중 이시길래 문 앞에 살포시 쪽지와 마음 담은 물건을 두고 왔다.








"엄마! 누가 왔어요!"

"이 시간에? 누구지?"


저녁 준비 중이었던 나는 소리를 작게 줄여둔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했고 첫째가 누가 왔다고 알려줬다.

올 사람이 없었기에 택배라고 생각했는데 문 앞에 서 계신 분이 움직이지 않고 계속 서 계셨다.


"누구세요?"

"아랫집이에요."

"아! 아!!! 네!!! 안녕하세요!! 잠시만요."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하루를 보내니 낮에 물건이랑 쪽지를 놔두고 온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아랫집에서 보시고 찾아오셨다.



아랫집에서 오실 때 가득 챙겨주신 과일들


두근두근. 쿵덕쿵덕.


죄지은 마음을 부여잡고 문을 열었다.

"얘들아, 이리 와봐. 아랫집에 사시는 선생님이셔 아까 연습했지? 우리 인사드리자." 그랬더니 아이들은 '뭘요?'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맞아. 나도 이렇게 잊어버리는데 너희들이 어떻게 낮에 했던 인사를 기억하고 있겠어 ㅠㅜㅋ'

결국 엄마인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저희 집 아이들이 많이 뛰어서 시끄러우시죠. 정말 죄송해요."


이렇게 윗집과 아랫집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아랫집은 어른들만 살고 있어서 층간소음 생길 일이 없는데 아랫집의 아랫집에서 관리사무소 통해 조용히 해 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우리 집에 그동안 한 마디도 안 하셨는데 얼마나 억울하셨을까 싶었다.

(아마 이 날이 전체적으로 우리가 사는 '동'을 콕 집어 층간소음 조심하라는 안내방송을 한 날인 듯 ㅠㅜ)


심지어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생이 있어서 학교를 못 가니 집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시끄러웠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정말 죄송해요. 앞으로 제가 아이들 주의 단단히 시킬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신 아랫집 어머님의 속마음이 고스란하게 전달되어 마냥 죄송하기만 했다.


'사실 우리 윗집도...., ' 라던지 '우리 아이들이 그래도...., '라고 시작되는 그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순간이었다. 변명이 붙은 사과로 상대방에게 진심을 담아 전달하기는 어렵다. 미안하다면 내가 하고 싶은 변명은 잠시 넣어두고 단지 미안하는 말, 그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앞에 뒤에 덧 붙일 말은 상대방이 별로 궁금하지 않은 쓸모없는 사족이었다.


전후 사정을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니 오해도 풀리고 죄송한 마음도 더 커지고 더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아고...,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하는 고등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꼬 ㅠㅜ) 나만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아니었나 보다. 아랫집과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에게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엄마, 살금살금 걸어야 돼? 이렇게?"


생각 없이 뛰던 아이들이, 뛰지 말라고 얘기했을 때는 씨익 웃으면서 다다다 뛰던 아이들이, 먼저 살금살금 걸어야 하냐고 물어본 것이다.



사람을 위하는 일



그냥 막연하게 '뛰지 마세요!'라고 얘기할 때는 씨익 웃으면서 다다다다 도망가던 아이들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랫집에 사는 분들'을 위해서 발걸음을 조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주 잊어버리기에 더 자주 상기시켜줘야 한다 ㅠㅜㅋ)



'뛰지 마세요!'라고 말하기보다


아랫집을 생각하자!! 살~금~살~금~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아랫집 어머님과 나누었던 대화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랫집을 생각하면서 뛰지 않는 일뿐만 아니라 물건을 쿵쿵 내려놓거나 일상 속 걸음걸이도 조심하게 되었다. 뛰지 말라고 하면 더 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고민이었는데,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그렇게 우리만의 정답을 찾아간다.




야호!!

이제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사람 있어도

마음 편하게 우리 집 층수 누를 수 있다!!

(그동안 엘리베이터에 누가 같이 타면

혹시 아랫집일까 두근두근 했던 것은 안 비밀 ㅠ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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