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렇게 조금씩 시작하면 되지!
"아...., 배고프다." 초등학교 시절 급식이 없는 토요일이면 고픈배를 부여잡고 학교를 나왔다. 학교 앞에는 '맛나 분식'이라는 분식집이 있었는데 토요일이면 다른 날 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서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면서 주머니 속에 있는 차비 250원만 만지작만지작 했다. '아...., 떡꼬치 하나만 먹었으면...., ' 하고 생각하는데 그때 반가운 우리 반 친구 얼굴이 보인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떡꼬치 하나 먹겠다는 일념 하나로 따끈따끈한 빨간 떡을 친구가 다 먹기 전에 옆에 찰싹 붙었다.
"나도 한입만 줘라. 응?" '한 입만' 전략이 통하는 날이면 그 달짝지근 매콤한 떡꼬치를 입에 물고 쉽게 삼키지 못하고 오물오물 씹으며 마을버스를 타는 문구점 앞 까지 갔다. (아..., 생각해 보니 우리 아들이 날 닮아서 그렇게 맛있는 걸 아껴 먹는 건가....,)
"다음 주 월요일에는 일찍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을 거예요."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침에 일찍 오는 순서대로 자리에 앉는 방법으로 짝꿍을 정하곤 하셨다. 학교에서 집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살았던 나는 옆집 아저씨의 출근시간에 차를 얻어타고 등교를 했다. 덕분에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만큼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친구들은 이런 나를 부러워했다.
"나현아, 내가 지난번에 떡꼬치 한 입 줬잖아. 나 여기 앉고 싶은데 자리 바꿔주라." 아! 떡꼬치를 한 입 얻어먹었던 것은 생각보다 큰 대가?! 를 치러야 했다. 나에게 한입을 허락했던 친구는 떡고치 하나를 빌미로 나에게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 일주일을 원하지 않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니 아쉬웠지만 한편으로 먹을 것을 나누어준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알겠어." 결국 친구의 부탁을 들어줬다. 먹는 것으로 은혜를 입었던?! 그 순간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 주 토요일, 친구에게 한 입을 더 이상 부탁하지 않게 되었다. 떡꼬치 하나로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빼앗긴 것이 내심 억울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주머니에 있던 250원을 만지작 거리다 결국 큰 사고를 쳤었는데 다음에 이야기를 풀어낼 기회가 있기를 >//<ㅋㅋ)
"이거 내 거라고! 내놔! 엄마! 엄마!!!!"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두 아이를 가정보육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끊임없는 싸움을 중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쩜 그렇게 다툴 이유도 많은지, 대부분 장난감 때문에 싸움이 시작됐지만 나중에는 그냥 툭 건드리기도 하고 '이 자리는 원래 내 자리라며' 소파의 한 구석을 차지하기 위해 아웅다웅하곤 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화해를 시키고 잘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같은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지칠 대로 지쳤다.
"엄마! 엄마!!! 이거 봐요. 동생이...., "
"하....., 아!!! 우리 맛있는 거 먹을까?"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았지만 우선 내가 살아야겠다 싶어 먹을 걸로 아이들의 관심을 돌렸다. 아이들이 고른 간식을 부엌장에서 꺼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먹을 것을 주면 어떨까? 나에게 맛있는 것을 주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겠어? 그럼 사이가 좋아지고 덜 싸우지 않을까?'
"자. 이거는 연우가 은수 주고 이거는 은수가 연우 주는 거야."
"왜? 그냥 내가 먹을래!"
역시 첫째는 예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주어야 하는 상황을 귀찮아했고 그냥 자신이 받은 것은 자기가 먹고 싶어 했다.
"자, 여기. 오빠 자!"
이때 둘째가 야무지게 자기 손에 쥐어준 것을 먼저 오빠에게 내밀었다. '첫째가 두 개 다 먹겠다고 그러면 어떻게 하지?' 항상 예상 밖의 행동을 했던 아이라 내심 걱정하며 슬쩍 얘기를 꺼냈다.
"연우야, 그럼 동생한테 '고마워' 하면서 연우도 줘야지."
'과연?! 진짜 그렇게 할 것인가?!'
"자, 여기. 은수도 이거 먹어."
첫째는 동생이 먼저 내민 손을 거절하지 않았다. '아싸!!'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서로 쿡쿡 웃으면서 간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두 아이가 사이좋은 장면이 연출?! 되었다. '그래 앞으로 서로 먹을 것을 주도록 해야겠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나눠주는 존재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그 이후로 아주 가끔씩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첫째는 좋아하는 것을 유난히 아껴 먹는다. 남매의 최애 간식인 크림빵을 주면 먹성 좋은 둘째는 다 먹어가는데 첫째는 아직 반절밖에 안 먹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둘째는 아직 남아있는 오빠 것을 탐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은근슬쩍 첫째에게 오빠의 넓은 아량을 베풀 기회를 은근슬쩍 흘렸다.
"연우야, 동생이 다 먹고 크림빵 조금 더 먹고 싶은가 봐."
"자, 여기 오빠가 한입 줄게. 아!"
"와! 진짜? 동생 나눠 주는 거야? 이야, 연우가 동생한테 좋아하는 것 나누어 줄 수 있는 오빠구나!"
"아니! 아니! 그렇게 많이 말고 여기 앞에만 조금 주는 거야."
동생이 크게 한 입 베어 물려고 하면 내심 많이 주기는 싫은지 크림빵을 뒤로 쏙 뺀다. 그리고는 앞에만 아주 조금 뜯어서 동생 입에 넣어준다. '그래, 조금이라도 그게 어디야. 그렇게 좋아해서 아껴먹는 크림빵을 나누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땡큐다!'
그렇게 조금씩 시작하면 되지!
둘이 함께하는 일이 조금씩 생겼다. 물론 여전히 하루를 보내며 싸우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싸우는 일을 중재하느라 지칠 만큼은 아니다. 꽁냥꽁냥 둘이 노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사랑스럽다. '그래, 잘 놀고 있으니까 이제 글을 좀 써 볼까?' 싶어 컴퓨터를 켜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
"엄마! 엄마!!!!!"
귀신같이 알고 엄마를 찾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과 오늘도 복닥이며 하루를 보낸다. 두 아이가 사이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싸움을 중재하는 엄마의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곧 나를 위해 쓸 수 있게 될 테니 어떻게 하면 둘이 한 팀이 되어 조금이라도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을 걸어두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