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지 마세요
나는 높이 1.5M의 녹색 잎을 가진 결코 작지 않은 화분이다. 웬만한 성인 남자들도 나를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략 6개월 정도 전에 나와 가장 가까운 사무실 주인에 의해서 이곳으로 옮겨졌는데 어느 날 그는 사무실을 그녀에게 내어주며 나에 대해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이거 갖다 둔 거야 공기 정화라도 좀 되라고. 오죽 답답해야 말이지. 공기도 잘 안 통하고 먼지도 많고. 식물이 있으면 참 좋은 게 많아.
그는 영영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틀림없이 나에게 작별인사를 고했을 것이다.
오늘은 옆 사무실 사람들이 나를 두고 이런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다.
-이건 이제 치워도 될꺼같은데
-그렇죠? 예전부터 이렇게 가지 많은 화분이든 나무든 가까이에 있으면 바람 잘 날 없다고 했어요.
얘기를 들은 새로운 사무실의 그녀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잎사귀 위에 쌓인 먼지를 한번 털어내더니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잠시 후 사무실을 요새 들어 자주 들락날락 거리는 또 다른 이가 나를 가리키며 청소 아주머니를 향해 말한다.
-너무 안 이쁘지 않아요? 이거 치우고 좀 더 예쁜 걸로 바꿨으면 좋겠어
오늘따라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던 예전의 그가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