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회사, 일은 일이여야 할까
당신은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자격이 있다
A는 대기업을 12년 다니다, 2년전, 유니콘이라 평가받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공무원이던 배우자는 A를 이해할수 없다 했고, 대기업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의 유치원도 다시 알아봐야해서 모두가 미쳤다는 결정이였지만, 감행했다.
오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일을 위한 일,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며 버티면 버틸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래 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작년까지는 신나게 일했는데 올해, A는 시키는 일을 잘해오던 자신이 이런 유형의 회사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은 아닌지, 회사 내 묘한 차별과 '왜 이것밖에 못해오냐'는 피드백에 상처 받으며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자신의 장점을 이곳에서 발현할 수 없는건지 고민하며 자괴감에 휩싸였다.
대부분의 동료들은 이곳을 길어봐야 2년 정도 잠시 머무는 곳으로 생각할 뿐인데, 잘해봐야지 다짐했던 자신의 생각이 애초부터 잘못되었던걸까..하며.
같은 산업 내에서 3번 정도 이직 했던 12년차 B는, 타인의 시선에서 굉장히 fancy한, 사옥도 멋지고 미술 작품 전시회도 종종하며 회사 식당도 좋다고 소문난 대기업 전략팀을 퇴사했다.
남들이 보기엔 회사의 핵심부서였지만, 막상 컨설팅 회사의 제안으로 갑자기 만들어진 부서였고, 내부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해 컨설팅과 교수 자문단에 인사권과 예산권까지 넘겨버린 대표 덕분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는 동료들이 가장 큰 보상이라고 생각했던 B는, '체념'의 공기가 흐르는 팀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팀장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존경했지만, 자신이 무조건 여기서 버티는 것이 팀을 위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가서 다른 길을 찾아보고, 그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게 그들을 위한 길이지 않을까 하며.
B는 말미에, '차라리 건조한 마음을 가졌어야 했던걸까요..?'하고 나에게 물었다. 적당히 52시간을 채우면 됐던건데, 그렇게도 잘들 살던데 그러고 싶지 않은 자신이 바보같다면서.
A와 B는 담담 했는데, 듣는 내가 더 울컥하는 순간이 몇번 있었던 이야기들.
회사가 개인의 커리어에 관심을 두는 크기보다 훨씬 더 개인은 마음을 담아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고, 자괴감이 들고, 약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것이 나는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모두에게 좋은 회사는 없고, 모두를 만족시킬수는 없으며, 변화를 따라잡기도 어려운 세상에 회사는 성장하고 혁신해야만 하고, 나도 그 이야기를 줄창 하는 사람이고,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을 다 일일히 챙길수는 없는 노릇이며, 이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 조직 구성원들의 일하는 마음이 어떨까..한번만 생각해 줄 수는 없는건가요.
'요즘 어때?' 한번 물어봐줄수는 없는건가요.
이런 고민을 하고, 결국 회사를 나오는 것을 실행에 옮기는 분들 다 그 회사의 핵심인재들입니다. 우수사원이라고 상주신 분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을 유지하고 싶은거 아니였나요.
+ 이 회사 어디야? 궁금해지셨다면, 그 마음은 잠시 접어두시고.., 회사에서 마주치는 동료에게 "요즘 어때?" 라고 한번 물어주세요. 나 스스로에게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