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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찰떡'같이 맞는 일을 찾기 위한 세 가지 질문

“이 직무가 저와 ‘찰떡’같이 맞을 줄 알았어요.”

회사에서 전략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6년차 A가 저를 만나자마자 처음 꺼낸 이야기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인 것 같아 수도 없는 고민하고, 일을 마주할 때마다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면서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여러분과 잘 맞는 일인가요?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합니다. 하나는 나 자신에 대한 질문, 다른 하나는 회사에 관한 질문입니다.

어디에 나의 시간과 마음을 쓰고 있을까?  

나에게 꼭 맞는 일을 찾기란, 참 쉽지 않죠. 왜 그럴까요? 일을 시작하기 전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도 연애와 비슷한 것 같아요. 딱 한 사람만 만나보고 인생의 소울 메이트를 발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다양한 일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내 성향과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잘 못하는 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자기 자신을 객관화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간 많이 들어온, 당연한 말일까요? 그런데 사실 말처럼 쉽지 않죠.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떤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한 채 ‘어쩌다’ 일을 시작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A 역시, 저와의 1:1 세션을 통해 어떤 일에 시간과 마음을 쏟는지 돌아보니,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고, 즉각적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일을 더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A에게는 사업 전략 같은 큰 차원의 일보다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UX/UI를 설계하는 일이 더 잘 맞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도 지금 일이 나와 맞는 것 같지 않다면, 먼저 어떤 일에 나도 모르게 시간을 쏟고 마음이 자꾸 가는지 곰곰이 돌이켜 보면 어떨까요? 어떤 책을 자꾸 꺼내 읽는지, 나는 주로 어떤 동영상을 보고, 뉴스를 볼 때면 어디에 나의 시선이 꽂히며,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나는 주제는 무엇인지, 그동안의 경험에서 성과가 좋았던 일은 어떤 종류의 일인지, 어디에 나의 시간과 마음을 쓰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회사에서 내 역할은 뭘까?  

두 번째는 ‘회사의 성장 단계와 구조,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 보았을 때 나의 일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인데요. 일하고 있는 회사의 환경이 어떤지에 따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잘 맞다고 느낄 수도, 그렇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죠. 
  
회사에서 인사 업무를 맡고 있는 4년차 B는 이런 경우였습니다. B는 인사 업무를 대학 때부터 꿈꿔왔지만 막상 해보니 상상과 너무나 다르고, 재미도 없고,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저는 B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그 일이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 있는 회사를 생각해볼 때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요. B는 함께 일하는 구성원의 강점과 역량을 개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작 B가 일하고 있는 회사는 법무법인이었거든요. 법무법인의 인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직원 교육보다는 승률 높은 변호사를 채용하고 관리하는 일일 겁니다.
  
그래서 나에게 이 일이 맞는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회사는 어디에서 돈을 벌고, 비용 구조는 어떻게 되며, 핵심 고객은 누구이며, 핵심 상품과 서비스는 무엇인지 등등을 정확하게 분석해 보아야 해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보면 나의 일이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어떤 역할이며 어느 정도의 중요도를 가진 일인지도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일의 ‘단계’도 함께 생각해보세요. 시작하는 단계, 성장 단계, 성숙·안정 단계의 일 중 ‘나는 어느 단계의 일을 잘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는 거죠. 저는 요즘 “이런 성향인 분이 회사를 어떻게 오래 다녔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다닌 회사들은 회사의 규모는 컸지만, 저는 시작하는 단계의 일을 많이 했거든요.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가 론칭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단계이거나, 추진하는 단계의 일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 단계의 일이 재미있고 좋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벌리고, 회사 내·외부 사람들에게 알리며 도움을 요청하고, 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잘 맞는 일’이었던 것이죠. 이 단계의 일이 피곤하고 어려운 분들도 계실 텐데, 저는 일이 안정화되면서 꼼꼼하게 디테일을 챙겨야 하는 단계가 더 어렵고 피곤하더라고요.
  
나는 어떤 단계의 일이 맞고 어떤 상황에서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인지 꼭 분석해보세요. 마케팅, 개발, 디자인, 전략 등 어떤 일이든, 회사가 처한 상황과 단계에 따라 같은 직무라도 필요한 일은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적당히’보다 ‘잘’ 살고 싶다면

회사를 다니며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 딱 맞는 일만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딱 맞는 일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 일을 계속 잘 하기 위해서는 잘 못하거나 안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도 있고요. 그렇지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시도는 한번쯤 해볼 만한 것 같아요. 우리는 적당히 살기 보다 잘 살고 싶고, 잘 살려면 나에게 맞는 일과 환경을 찾아야 승률이 더 올라가겠죠.
  
한 가지 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맞지 않거나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무 ‘내 탓’이라고만 생각하며 자신을 채찍질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일하고 있는 회사의 상황이 여러분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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