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저도 화가 많이 났는데요...
그저 인터넷 괴담인 줄로만 알았다.
'설마 진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겠어?'
내가 그 말을 실제로 듣기 전까지는.
"지금 저희 애 아빠가 화가 굉장히 많이 났어요."
학급 내에 작은 사안이 발생했다.
양 측 보호자들 사이에서 왔다 갔다 소통을 하고 있었는데 한쪽 학생 어머니가 대뜸 전화를 하더니 저런 말을 하셨다.
와,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분명 그 학생도 무언가 잘못이 있는 상황이었다.
어머니도 답답하실 수는 있지만… 아버님이 화나셨다는 것을 나에게 전하시는 저의가 궁금했다.
사실 중간에서 가장 화가 나고 힘든 건 나인 것을..
결국 사안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지금 저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의 충격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뿐만이랴, 최근에는 다른 학생 아버님으로부터 “제가 화가 많이 나서 어제 학교 가서 다 뒤집어엎으려는 거 참았다.”는 말도 들었다. 당신이 성격이 더럽다(?)는 추가 정보도 함께.
얼마 전 교장선생님과 20대 교사들 간의 간담회가 있었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보호자와 상대하면서 등 겪은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슬펐던 것은 나의 ‘화난 보호자’ 이야기가 많은 선생님들의 공감을 샀다는 것. 그만큼 쓸데없이 보호자들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 본 젊은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일 거다. 게다가 한 선생님은 아이 어머니께서 아이의 투약 여부, 귀가 여부를 등을 정말 어린이 집처럼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서 물어보셔서 난감해하셨다. 보호자가 자신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시간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교장선생님께 조심스럽게 한 마디 더 해도 되냐고 물었다.
“교장선생님, 여기 있는 젊은 선생님들께서 학생 지도, 보호자와의 소통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셨지만 단 한분도 수업적인 부분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저는 수업할 때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겁거든요. 그런데 아이들 지도나 보호자님과 소통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제가 즐거워하는 수업 준비에도 지장이 생기고 힘들 것 같아요. 저희가 교사로서의 본업(?) 열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도 ’ 우리 교장선생님이 화가 많이 났어요.‘ 하게 해 주세요!”
마지막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긴 하지만,
진심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저경력 교사들은 선배 교사들의 공감 한마디, 지지와 위로 하나하나에 힘을 얻어가니까.
감사하게도 교장선생님께서는 우리의 고충을 잘 정리하여 학부모회에 전달하고 당신이 소통에 있어서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겠다고 했다.
부디 화난 보호자들로 인해 고통받는 선생님들이 더 이상 없기를.
우리 교장선생님도 화 많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