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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IN Feb 17. 2021

주니어가 시니어 면접에 들어가면 생기는 일

경력직 면접에서 느낀 점


"네? 제가요?"


정규직 전환이 된 지 막 6개월쯤 되었을 때, 경력직 면접에 들어가자는 제의를 받았다. 사실 이미 확정된 상태라 거부할 기회는 없었다. 이번 채용은 나의 사수였던 분이 퇴사를 하게 되며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니 곧 나의 사수가 될 사람을 미리 보게 될 거라는 말이었다.


내가 경력직 분들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닌데 어떻게 면접에 들어갈 수 있나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그래, 나한테 평가하라는 건 아니시겠지. 그냥 보고 배우는 마음으로 들어가자!'라고 결심했다. 처음에 서류를 볼 때는 마냥 놀라웠다. 대형 에이전시에서 다양한 파트너사와 경험을 쌓으신 분,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회사의 인하우스로 일하신 분, 개성 있는 스타트업에서 팀장으로 일하신 분 등 신세계가 펼쳐졌다. 신입 나부랭이의 눈엔 모두가 큰 거인 같았다.






그런데 면접에 들어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엄습해온 건 왠지 모를 두려움이었다. 경력직도 다 같은 경력직이 아니라는 걸 감히 느끼고 말았다. 한참 취준 시절에는 경력직이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경력자 우대'라는 이 다섯 글자가 얼마나 밉고 또 부러웠는지. '아니! 경력을 쌓을 기회를 줘야 경력자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는 말을 꾸욱 삼키고 열심히 신입 공고를 찾아 헤맸던 나날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경력직 면접에 참여하다 보니 신입보다 더 어려운 게 경력 이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사원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다면 아마 '가능성'일 것이다. 하나 경력직에게는 가능성 보단 '확신'이 필요했다. 그간 쌓아온 경험들과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을 토대로,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가 보여야겠다. 이력서를 봤을 땐 너무 멋있었던 분들도,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미지가 달라졌다.


같은 프로젝트를 했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어느 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얼마만큼의 기여를 했는지가 보였다. 같은 직무에서 같은 연차로 일을 했더라도 업무에 대한 깊이가 다 달랐다. 이제 막 일을 배우고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취직했다고 그냥 시간을 보냈다간 정말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될 것만 같았다. '물 경력'이란 단어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당장 이직 생각이 없더라도, 가끔 취미로 다른 회사 취용 공고를 들여다보고 있다. 회사 안에만 있으면 요즘 채용 트렌드도 잘 모르고, 어떤 역량이 이 시장에서 우선되는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보면 볼수록 지금의 일이 더 좋아졌다. 앞으로 내가 어떤 쪽으로 더 집중해야 더 확장성을 가진 일꾼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얼마만큼의 경험을 쌓으면, 더 큰 시각을 가지고 저 정도의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PM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혹시 지금도 조금 더 노력한다면 근접할 수 있는 결과치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등 많은 상상들을 해본다. 몇 년 뒤를 내다보았을 때 이루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떠올랐다. 내지는 '해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필요성을 느낀 것들은 계속 개발해 나가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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