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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IN Feb 21. 2021

'커뮤니케이션'도 역량이 되나요?

한국말만 통하면 다 커뮤니케이션인 줄 알았다


자신만의 역량을 찾으세요!



취준 시절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역량을 찾아 성공 경험과 연결하라는 것. 내가 무슨 일을 해왔는지 쓰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 여기서 뽑을 수 있는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취업강사의 역량 사전 책을 사서 읽어보기도 했다. 그때 내 눈에 띄인 단어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처음 봤을 땐 딱 이런 생각이었다. '아니, 이런 것도 역량이 되나?', '한국말만 통하면 다 말은 통하는 거 아닌가?' 그 당시 커뮤니케이션이란 내게 아주 일차원적인 의사소통의 개념이었던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의 매력도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자소서에서 제명당했다.


그런데 웬걸. 회사 생활은 커뮤니케이션 투성이었다. 일의 처음부터, 중간, 끝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피할 수 있는 틈이란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모일 회(會)에 모일 사(社) 자가 만나서 만들어진 것이 회사라는 공간이었으니까. 아무리 자기 주도적으로 일한다고 할지라도, 내겐 상사가, 동료가, 그리고 외부 사람들이 있었다.


비슷한 연차의 친구들과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어쩌면 입사 전 면접을 보는 순간부터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테스트를 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면접관의 질문을 잘 캐치하고, 그에 맞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티키타카가 잘 된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런 인상은 자연스럽게 핵심을 잘 파악하고 이해력이 있는 사람이란 평가로 이어진다.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어려웠어요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어려웠어요!'라고. 외부 파트너사와 협업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처음에는 우리와 함께 일할 업체를 선정하고 또 제안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업무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곧 모든 업무의 기초가 커뮤니케이션임을 깨달았다. 가장 힘들었을 때를 돌이켜 봐도 커뮤니케이션 미스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대다수이다.


처음은 회사를 대변해서 말하는 게 힘들었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우리 회사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었다. 회사와 파트너사의 중재자, 즉 연결고리가 되어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가끔은 자존감을 깎아먹는 말들도 있었다. 뱉는다고 다 말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 날카로운 말들은 때론 기다랗고 뾰족한 독침이었다.


문제는 일이란 이런 말들에도 하나하나 반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마주치지 않고 싶은 사람들을 충분히 피하면서 살 수 있다. 서서히 멀어진다던가, 인연을 끊는다던가. 하지만 회사 안에서 그들은 내 동료이며, 파트너사였다. 상대방이 어떤 모진 말을 해도, 함께 해결 방안을 도출해 같이 나아가야 할 존재였다.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처음에는 책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설득의 심리학',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등을 읽으며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지 공부하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이상과 현실에 사이의 괴리가 생겼다.


방법론적으로 더 좋은 제안을 하거나 설득을 하는 소통 방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나 다운 커뮤니케이션은 없었다.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격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떤 툴, 어떤 역량을 사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몫이고 선택이었다.


누군가는 공정성을 기반으로 모든 상대방을 동일한 기준으로 대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개별성을 중시하여 각 특색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다.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다면 예외적인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개별성을 중시하면 특별대우에 대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완벽한 솔루션은 없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나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현재 업무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지 개념을 다시 정의해 보았다. 내게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때로는 논리가 정답이 아니었다. 공감과 진실한 소통이 더 통할 때도 있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 관용 - 역지사지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해보기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난처하다. 예전에는 '왜!'였다면 요즘은 '왜?'를 떠올려 본다. '왜 상대방은 나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 거야!'가 아닌 '왜 상대방은 그런 생각을 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답에 도달한다.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는 재정의 된다. 그러면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조금 더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2. 합의 - 방향성만 같다면 세세한 것들은 맞춰가면 된다


세세한 부분에서 의견 불일치가 계속 생긴다면, 방향성이 같은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 외로 가지고 있는 전제 자체가 달라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잠시 멈춤을 선언하고 솔직하게 나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큰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커다란 합의점이 생긴다. 이제 세세한 것들은 그 아래에서 순차적으로 맞춰가면 된다.


3. 진심 - 나의 프로젝트를 사랑하기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나는 순간부터 그 프로젝트가 싫어질 수 있다. 이런 싫증은 상대방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때부터 일 자체가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반면 일을 잘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전달된다면 어떨까? 의지의 공유는 곧 연대가 된다. 먼저 내 안에서 이 프로젝트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어 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되어 주었다.



함께 일하는 존재



일하는 존재로 살아보기로 했다면 '함께'를 제외할 수는 없다. 조직 안에는 늘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공존한다. 설령 프리랜서를 하더라도 다양한 커뮤니티와 느슨한 연대 속에서 신뢰감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가 될지라도 편집자, 디자이너, 독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이어나가야 한다. 우리는 결국 함께 일하는 존재이다. 서로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점, 나는 어떻게 소통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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