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과 책임
PM이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PM은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전체를 매니징 하는 게 아니다. 실제 일을 구현할 능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 지금 일로 치면 디자이너와 파트너사이다. 그들 없이는 프로젝트도 존재할 수 없다. 나의 역할은 중간자가 되어 일을 더 잘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 PM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각 구성원의 동기가 결여되고 일의 퀄리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PM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안될 일도 잘 되게, 잘 될 일은 더 잘 되게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모두가 충분히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을 조정해야 한다.
최근 맡은 프로젝트에서 PM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입사 이후 PM을 한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했다. 외부 플랫폼, 기존 파트너사, 내부 유관부서까지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많았다. 그런데 자꾸 일이 틀어졌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이, ‘합’이 맞지 않았다. 자꾸 일이 하나씩 어긋났고, 수정 사항이 생길 때마다 모든 관련 담당자들과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면 쾌감을 느끼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무기력해진다. 반복적인 수정에 몸도 마음도 지쳐왔다. 오히려 혼자 야근을 해서라도 일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력감이 들었다. 왜 상황이 이렇게 까지 됐는지 혼자 생각해 봤지만 결국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문제는 나의 지침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이되어 프로젝트 자체가 시들해지는 것이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닥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자 다짐했다.
그 후로 태도를 바꾸고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프로젝트 중 각 파트너사 일정이 맞지 않아, 개중 하나가 무산될 뻔했다. 상대 플랫폼 담당자마저 포기한 상황에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보자고 다시 제안을 했다. 결국 일은 다시 진행되었다. 그런데 막상 오픈 후에 퀄리티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았다. 낙담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우리 쪽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내부 협의해 또다시 제안했다.
처음 상상했던 만큼의 퀄리티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마저도 포기하고 낙담했더라면 아예 없어질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 결과 무에서 유가 만들어졌다. 이게 될까? 에서 이게 되네!로 상황이 변했다. 태도를 바꾸니 상황은 점차 나아졌고, 원하는 방향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PM의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P
이 과정에서 만난 분들께도 정말 많이 배웠다. 유관부서 분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안 돼도 어쩔 수 없죠. 어쨌든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그게 중요한 거죠.’, ‘00님이 PM이니까 이건 00님이 마무리를 해주셔야죠.’ 스트레스에 나약해진 내게 좋은 채찍질이 돼주었다. 순간 부끄럽기도 했지만, 또 많이 배웠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늘 최선을 다할 것, PM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크게 배운 점이다.
결과물에 대한 뿌듯함은 덤이다. 프로젝트 중 공간 전시가 있어서 점검할 겸 갔는데 막상 중간 결과물을 보고 나니 뭉클했다. 상품 하나하나에 애정이 많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그간 히스토리를 생각하니 괜히 찡했다. 그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 모두 같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PM이 되어야겠다. 이왕 하는 일, 즐겁게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 내가 많이 부족했다. 인정하고 다음에 더 현명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협력자가 되자.
생각해보면 늘 ‘사람’ 때문에 울고 웃었던 것 같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어쨌거나 나를 계속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같이 일하는 파트너사,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께서도 존중하는 표현을 해주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그만큼 더 상대방을 존중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드리고 싶다.
매니저라고 불릴 때 행복하다. 매니징이란 단어가 담고 있는 수많은 것들 중, ‘책임’이 가장 마음 깊숙이 다가온다. 적어도 나는 일할 때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일을 떠나 우린 다 같은 사람이니까. 때론 과도한 신경이 스스로를 지치게 할지라도,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다. 믿을 수 있는 매니저, 책임을 다하는 매니저. 이번 프로젝트에서 조금 더 그 이상향에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얻었다. 성장통이었나 보다
포기하지 않으면, 무조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