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in나 essay 33
무심코 낙서할 때 가장 많이 끄적이는 모양이 있다. 단순하게 그리기가 쉬워 반복해서 그린다. 자꾸 그리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하트 모양이 좋다. 왜 좋은지 그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다. 언제부터 하트 모양을 좋아한 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하트 모양을 보면 마음이 좋은 것, 그뿐이다. 어쩌면 그 이유가 단순히 모양이 예뻐서일 수도 있다.
작은 하트 하나, 생각해 보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참 별것 아닌 모양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없이 많은 하트 모양을 접한다. SNS에서 누군가의 게시물을 볼 때 '좋아요'가 보이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할 때도 사용하며 다양한 물건들에 새겨져 있기도 하다. 하트가 단순한 도형을 넘어 사람들 사이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 흔해서 별 감흥이 없을 법도 한데, 묘하게 우리 마음을 끌어당긴다. 나도 그렇다. 일상에서 하트 모양을 닮은 사물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갑고 좋다.
심리학자들은 부드러운 곡선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고 말한다. 실제로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도형(하트, 삼각형, 별, 정사각형 등)을 보여주고, 각 도형에 대해 느끼는 감정(좋음/싫음, 따뜻함/차가움 등)을 평가하는 실험을 통해서 하트 모양은 다른 도형보다 가장 긍정적이고 따뜻한 감정을 유발하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한다. 내가 하트 모양을 보면 좋은 이유도 행복, 사랑, 따뜻함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다.
하트 모양은 그 자체로 시각적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사랑, 감정, 생명, 소통이라는 인간의 깊은 정서와 본능을 자극하는 세계인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하트를 사랑의 표현으로 학습하며 성장했다. 생일 카드, 포장지, 편지에 그려 넣은 하트는 단순한 도형을 넘어, 심장을 형상화한 도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이런 경험들은 우리가 하트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했다.
어쩌면 하트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 부끄럽거나 조심스러워서 꺼내기 어려운 말들을 대신 표현해 주는 진심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하트에 담아 건넨다. 어떤 사람은 크고 선명하게 강렬한 붉은 하트로, 어떤 사람은 조심스럽고 부끄러워서 얇은 선하나로 조그맣게 표현한다. “괜찮아, 고마워, 좋아”등의 긍정적인 말들을 대신 전한다. 하트를 받은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상대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전달받았다고 느낀다. 특별한 말 없이 서로 하트만 주고받아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하트를 볼 때마다 따뜻하고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익숙해서가 아니라, 하트에 담긴 그 의미가 우리 마음에 닿기 때문인지 모른다.
가끔은 하트 하나가 우리의 하루를 바꾼다. 누군가 나에게 보낸 하트 하나가 말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할 때가 있다. 하트가 뭐라고 그 순간을 마음에 저장한다. 곧바로 내 마음을 하트에 담아 전달한다. 진심을 담아 하트를 보낸 날은 종일 설레고 기쁘기도 했다. 누군가가 메시지 끝에 붙여 준 하트 하나, 그것 때문에 울컥 눈물이 나기도 하고 혼자 힘들게 버티던 마음을 위로받기도 한다. 말없이 조용히 건네고, 그 사람의 마음에 조용히 닿기를 바라며 말 대신 전하는 소중한 진심, 그게 바로 하트가 아닐까. 내가 하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사람들이 하트 모양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 듯하다.
하여, 앞으로도 하트를 자주 끄적이고, 전하려고 한다. 말 대신, 선물 대신 하트 하나 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별것 아닌 행위다.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소중한 사람의 하루에 따뜻한 힘과 용기가 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진심의 하트를 전하고 또 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