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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변하고 달라지는 우리–나는 나를 알고 있는가?

나in나 essay 35

by 나in나



'나는 누구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격, 감정, 신념, 행동, 관계가 변하기도 하는 나는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며칠 전, 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던 친구의 물음에 잠시 잊고 있던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을 안다’고 내가 모르면 누가 알겠냐고 자신 있게 말하지만, 정말로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지 모른다. 어쩌면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여정을 보낸 후에도 안다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류가 스스로에게 던진 가장 오래되고도 근본적인 물음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단 한 번의 사유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시간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달라진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르고, 며칠 전의 나도 지금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 않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조금 더 달라졌다. 우리의 감정, 가치관, 인간관계, 신념은 때와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요동치며 변화한다. 그렇다면 진짜 나는 ‘그때의 나’인가, ‘지금의 나’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흐름 그 자체가 ‘나’인가?

존재하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도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유동적인 존재다. 과거의 나는 이미 나로부터 사라졌고, 미래의 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지금 이 순간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자녀, 친구, 학생, 직장인, 사회 구성원 등. 때론 그 속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약함이나 모순을 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까지도 '나'라는 존재의 일부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이 세상에 불변의 가치는 존재하며, 변함없는 '본질적인 내가 존재한다'고도 생각한다. 본질적인 나로부터 성장하는 그 과정에서 확장되거나 축소되어 우리는 점점 달라지고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나는 처음부터 정해진 실체가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살아낸 삶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나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나를 기억하거나, 현재의 나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가 어떤 존재로 변화해 왔고, 지금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각할 수 있어야 하며, 수많은 경험과 선택, 모순과 갈등 속에서 끊임없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변화 가능성'을 인지해야 한다. 매일 진정한 '나'를 조금씩 찾아 완성해 가는 변화의 과정이 삶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나에 대해서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진짜 내가 되어가는 그 끝무렵 언젠가에는 어렴풋이 나에 대해서 알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우리는 매 순간 조금씩 새로워지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정의 내린다. 때로는 과거의 나를 부정하고, 새로운 선택을 하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변화는 혼란을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장하게 한다. 살면서 변화되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진짜 나를 안다는 것은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하며 진짜 내가 되어가는 중이다. 가능성과 잠재성을 가지고 선택과 경험 속을 살아가는 존재로써 나의 본질을 밝히고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자신을 바로 보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해석하며 바로 알고자 하는 그 과정을 통해서 진정한 자기 이해가 가능해다.


우리는 나를 알고 있다. 다만 과거의 나를 알았고, 현재의 나를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를 알고 있는가?" 이 질문은 결코 한 번 묻고 답함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변화하고 달라지는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던져야 할 질문이며, 무한 반복해도 모자를 우리네 인생 질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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