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
임지영 쌤이 말했다. “석기 쌤은 앞으로 삶의 프레임이 바뀌는 경험을 하시게 될 거예요.”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삶의 프레임이 바뀌는 경험이라니.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은 인생에 딱 세 번 정도였던 것 같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내와 결혼했을 때, 그리고 신학대학원에 가기로 결정했을 때. 지금 나는 부목사로 살고 있고, 평일 오전에는 파트타임으로 인쇄물 배송 알바를 뛰고 있다. 도대체 뭐가 바뀌는걸까?
4개월 전까지 나는 3년 반 이상 중고등학교에서 사회와 독서토론을 가르치며 일했다. 그런데 그 때부터였다. 내가 예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굳이 수고롭게 미술 선생님을 꼬드겨서 사회과와 융합 수업을 하자고 졸랐다. 그렇게 매년 나는 미술 선생님들과 융합 수업을 만들었다. 너무나도 즐겁게. 어쩌면 미술 선생님보다 더. 미술 선생님들은 내게 “선생님 완전 예술가예요. 진짜”라는 거짓말을 쏟아내 주었다. 내가 그 말을 믿게 될 만큼.
선생님 일을 그만두고서도 나는 예술 융합 교육에 미래가 있다는 강한 여운이 남았다. 너무 즐겁게 미쳐 일하다가 꽝 터져버리듯 그만두었으니까. 일을 그만두고서도 한참 내가 할 수 있는 예술 융합 수업들을 머릿 속에서 자동으로 기획하고 있었다. 내가 AI 로봇이 된 것 마냥. 그렇게 예술 관련한 수업을 찾다가 예술교육리더과정을 우연히 찾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먼저 배를 타고 저 호수를 건너가라고 말씀하셨다. 제자들끼리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는데, 폭풍우가 다가왔다. 예수님이 건너가라고 하셨는데 말이다. 제자들은 바다 가운데에서 어찌할 줄 몰라 두려워 떨고 있었다. 인생의 풍랑 가운데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때,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 다가 오셨다. 베드로가 말했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나를 명하여 오라 하소서.” 예수께서 말했다. “건너오라” 그리고 베드로는 바다로 몸을 던져 물 위를 걸었다.
나 역시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확신을 맞이 하고 내 인생의 다음 도착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은 흘러갔지만 앞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폭풍우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던 중, 이 예술교육리더과정에 홀리듯 뛰어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늘상있는 인생의 한 페이지이지만 이 시간을 겪으며 나는 새로운 글을 쓰고 나의 새로운 면모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순간이 흘러가는 일상의 한 프레임이라 할 지라도 언젠가 예술이 쌓이고 만남이 쌓이며 글이 쌓이면 혹시 알랴 오늘의 이 한 프레임이 내가 찾던 결정적 순간이었을줄. 그 때가서 꼭 확인하고 말리라. 그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으리라. 그림의 망망 대해로 뛰어들고 익숙하지 않는 만남들로 뛰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설혹 두 발이 바다의 진창에 빠질지라도, 다음 걸음을 다시 떼고 결정적 순간의 셔터를 누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