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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반 Sep 07. 2023

빽투더퓨처 90‘s 체육회관셔틀버스 (20230814)


“지금 여러분이 타고 계신 이 버스에는 벨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리실 분은 여러분의 고운 목소리로 직접 말씀해 주세요~ 호호홍”


ㅇㅇ구립체육관 셔틀버스는 흥겨운 뽕짝 리듬에 맞춰 좌회전 우회전 흔들흔들 굽어드는 언덕길을 오르내렸다. 운전하시는 기사님은 50대 뽀글 파마 머리 여성분이셨다.


수영 강습을 마치고 버스에 탄 승객들은 한 목소리로 까르르르 “네에~^^ 고마워용~~!*” 화답했다.


나만 빼고 모두 웃고 있었다. 나만 혼자 남자였다. 나도 즐거웠으니까 같이 웃었으면 좋았을텐데 이상하게 그러질 못했다.


차창 밖 우리 동네가 읍내처럼 보였다. 고등학교 등하교길에 지나갔던 읍내. 그 시절 시골 버스는 만남이 있고 왁자지껄 한 곳이었다. 승객이 타면 기사님이 안부를 묻고, 답하고, 하하호호. 또 다른 학생이 타면 느그집 아부지 어머니 얘기. 그때도 나는 서울에서 잠시만 시골로 이사가 살게 된 뜨내기여서 그들이 하하호호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벨 하나 없앴을 뿐인데, 나만 빼고 다 하하호호.


이럴거면 그냥 싹다 벨이란 벨은 모조리 없애보면 어떨까. 진동벨 전화벨 다 없애고 고운 목소리로 말해보면.


그리고 남자들도 좀 고운 목소리로 말해보기. 나도 언젠가는 같이 좀 하하호호 해볼 수 있겠지.


p.s ㅇㅇ구민체육회관 셔틀버스 3호차 태워주신 기사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빽투더퓨처 90년대 갔다 왔어요~ 아깐 용기가 없어서 이제라도 혼자 편지 씁니다~ 최고예요! 멋지십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저 사실, 그 옆에 ㅇㅇ구립도서관다녀온거예요. 양심고백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용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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