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2006, 박서보
“아빠, 아빠는 무슨 색을 제일 좋아해?”
둘째 딸이 또 묻는다. 지치지도 않는다. 똥그란 눈을 깜빡이면서 처음 묻는 것처럼. “응, 난 보라색” 언제부터였지? 보라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대답한게? 모르겠다. 근데 요즘은 보라색이 제일 좋은걸.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보라색. 또 옷을 사라고 해도 보라색으로 사고 싶다. 무거운 보라색 부담스러운 보라색 아니고 세련된 보라색 밝은 보라색 연보라 그게 나다.
박서보 작가의 ‘묘법 2006’ 앞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자기 색깔을 찾기 위한 시간, 자기 색깔에 대한 자신감, 자기 색깔을 표현하는 고유한 방식. 그걸 찾아 평생을 공들였다. 너무 가볍지 않게 세로 줄무늬에는 진한 색으로 양감을 넣었다. 얼굴 주름 하나 마다 세월의 무게를 더하듯이. 하지만 그 마음 중심 여전히 새끈하다. 깨끗한 연보라 청년, 언제든 일 낼 준비가 되어 있다.
오묘한 나를 마침내 찾아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