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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반 Sep 19. 2023

방어자세 (2023.9.7)

방어자세, 조광훈




“OO님, 괜찮을까요?”




현재 시각 오후 4시 45분.


어제 이미 카톡을 보냈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는 카톡을 읽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 마자 그에게 다시 카톡을 보냈다.


역시나 카톡을 읽었다.


아직까지 가타부타 연락이 없다.




‘나를 무시하는 걸까? 내 제안이 불편했나? 내가 뭘 실수했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내가 바라는 것은 큰 게 아니다.


바쁘면 바쁘다. 어려우면 어렵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속 시원히 말해주면 좋겠다.


윗 사람 아랫 사람 상관없다.


바쁠 수 있겠지. 어려울 수 있겠지. 싫을 수 있겠지. 불편할 수 있겠지. 


말만 해주면


얼굴 마주보고 “괜찮아요, 그럼,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시원하게 웃으며 지나갈텐데.




5분마다 핸드폰을 보고선, 입으로 스팀을 내뱉는다.


카톡 프로필에 그려진 그의 얼굴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굳이 함께 일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저 얼굴보면 시원하게 웃고 싶을 뿐인데.




나도 조용히 지퍼를 닫아 올려야 할까.


얼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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