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동명의 책이 원작인 영화다. 소설은 국내에서 <파이 이야기>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나 영화 제목은 원제 그대로 <라이프 오브 파이>로 상영했다. 감독은 이안 감독으로, 이전에 제인 오스틴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센스 앤 센서빌러티>와 <와호장룡>, <헐크> 등을 감독한 이력이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많은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 되고 실제로 많은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글을 써야할까. 그런 고민들을 하며 시간이 흘러갔고 오히려 쓸 말이 없어졌다.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계를 탄 것 같아서? 이걸 왜 여태 못 봤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저 공부가 되어 있었다면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그래서 결국 집중하게 된 부분은 영화의 말미에서 파이가 주는 두 가지 선택지다. 호랑이와 신경전을 벌이며 겨우겨우 뭍에 도달한 파이의 경험이 사실은 사람들과 한 배에서 겪은 참담한 일이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굳이 비극을 택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중에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다. 두 번째 이야기를 할 때 파이가 아무리 펑펑 울면서 말했어도 첫 번째 이야기가 진짜고 두 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보험사들에게 '그럼 이게 진짜라고 생각하냐?'라는 정도로 말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를 본 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찾아보다가 두 번째 이야기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왜 나는 당연히 첫 번째 이야기를 선택하고 또 믿었을까? 숲으로 들어가는 앙상한 뒷모습의 호랑이를 잊을 수 없어서 였을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따진다면 두 번째 이야기가 사실에 가까울 텐데 나는 의심없이 첫 번째 이야기에 마음이 갔다.
그런데 두 이야기를 생각하면 할수록 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믿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도 있는 호랑이와의 모험인 첫 번째 이야기인가, 비극적이지만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두 번째 이야기인가. 생각해보면 나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언제나 예수님의 존재는 믿어왔고(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갈리지만) 산타클로스의 존재까지도 믿어 온 사람이니까 내 답은 정해져있었을 수도 있겠다. 종교를 믿게 되면 종교에 귀의할 정도로 아주 강하게 믿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다. 혹은 믿고 싶은 마음일까?
아름다운 장면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라이프 오브 파이>지만 오랜 시간 곱씹을수록 이 부분에 집중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그런 믿음의 차이가 얼마나 연관되어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고 파이의 두 가지 선택지를 받았을 때 당신은 무엇을 선택했나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