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마무리하며
초등학생 어린이 시절부터 항상 자기소개의 취미와 특기란에 음악, 영화, 독서와 같은 것들을 써왔다. 셋 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문화생활이라 때로 진정성이 의심받지만, 그래도 나는 꽤 진심인 취미였다.
몇 년 전에는 영화 모임을 통해 다양한 대화를 하다가 <컨셉진>에 모임이 소개된 적도 있다. 대학 졸업 직전에는 음악과 관련된 직업은 이미 늦은 것 같고(그땐 이렇게 생각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니 영화나 책에 관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영화 관련 교양 수업을 듣고 진로 상담을 했다.
이렇게 책을, 영화를, 음악을 전부 사랑하는데 왜 지금에라도 음악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엄청 큰 후회를 할 것 같이 이게 그렇게나 하고 싶었을까. 줄곧 생각했다. 이제 가까스로 여러 이유 중 하나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단 하나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큰 이야기이다.
책과 영화는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준다. 그래서 좋아한다. 자유롭게 꿈꾸고 그리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장르를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그런데 음악은 내가 있는 세상으로 와준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여행을 각인시켜주고 슬픔을 치유해주고. 아마 나는 내가 있는 세상이 조금 더 중요한 사람이었던 것일 거다. 그래서 내게 음악의 이미지는 뭐랄까 좀.. 따뜻하다.
내가 느끼는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고, 그것을 공감하거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큰 행운이며, 내가 누군가의 삶에 잠깐이라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건 오히려 나에게 축복이겠지.
처음에는 레슨 날마다 쓰기 시작해서 근래는 곡 하나를 녹음할 때마다 보컬 일지를 열심히 기록했다. 그러다 다양한 생각이 들면 에세이를 쓰기도 하고. 손으로 쓴 기록을 브런치로 옮기며 브런치 매거진도 만들어 보고 브런치북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또 읽고 공감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신기하고 즐거웠던. 앞으로도 쭈욱 새기고 싶은 보잘것없는 내 기억의 편린들을 이곳에 기록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