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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ive tongue Jun 22. 2022

림보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

책 읽기 좋은 날

임재희 작가 첫 단편소설집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는 이민이라는 단어를 상실로 풀이한다.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는 건 자신의 국적과 모국어를 잃어버리거나 포기하는 과정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실은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지만 그 형태나 윤곽이 명확하진 않다. 무엇을 잃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질문 자체가 모호하게 인식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민자들은 그런 불완전함과 불확실성 속에서 불행을 느낀다.

 

익숙했던 삶의 틀이 무너지고 새것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든 고통스럽다. 결국 새로운 것들이 편해지면서 오히려 조국이 낯설게 여겨지는 반갑지 않은 순간을 맞이하게 되기도 한다. 어느 등장인물의 말처럼, 어느 나라에서 살든지 뭔지 뭐를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민자들이 상실과 애도의 감정을 더 자주, 그리고 강렬하게 느낀다는 말은 그래서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엔 내가 왜 외국에서 이런 고생을 하며 살고 있나 회의감에 시달릴 때도 많았지만, 나이가 든 요즘엔 어느 나라에서 살든지 인생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에, 주어진 환경과 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것만이 의미가 있다, 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작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가끔은 추해 보이지만 그래도 잘 보면 매력 있는 사람들, 경계선에 서 있는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결코 무색무취하지 않다는 것을 이 소설집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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