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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 Feb 22. 2024

저절로 생겨버린 나의 몫

나는 아기를 낳은지 88일된 산모








남편이 출산휴가를 2주 부여받아 순식간에 다써버리곤 출근을 했다. 

가장 피곤한 시간의 절반은 남편과 또 절반은 산후도우미 분과 함께했다. 어찌나 시간이 빠르던지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다. 아기가 조리원에서는 물지 않았는데 집에오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나는 초보엄마이고 방법을 아주 모르진 않았지만 우는 아이를 보면 반사적으로 안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아기는 일명 '손타버린' 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우리아기가 손을 타던 발을 타던 이때 뿐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배놔라 감놔라 하더라 특히 남편도, 산후도우미도 어차피 이모든건 나의 몫인데 그들은 고작 1-2주쯤 머물다 갈 사람들 아닌가? 남편도 출근전과 퇴근 후 저녁에 잠깐 아기를 보는것인데 말이다.


남편이 새벽 6시쯤 일어나 칭얼거리는 아기를 달래 재운다. 그리곤 서재에 가서 자기 할일을 한다. 나는 자고있는 가?의문이 든다. 자는둥 마는둥 한지 88일째 이제는 아기가 통잠이라는걸 자는데도 잠이 안온다. 너무 익숙해진 잠없는 시간들이 나를 부지런하게 ? 만들었나. 잠깐 눈감으니 아기가 칭얼칭얼 소리를 낸다. 이건 유전학적으로 남편의 애기때와 똑같은 잠꼬대라고 한다. 남편의 기질을 닮고 외모는 나를 닮은 아기, 난우리아기가 사랑스럽다. 남편은 회사에서 뒤처지지 않게 공부를 해야하고 나는 아기를 봐야한다. 이게 각자에게 주어진 일이다. 내가 중심이었던 세계에 남편이 들어오고 아기가 들어섯다. 남편이 잘되야 나도 잘되고 라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들었다. 그래야 우리아기도 서포트 할수 있기에 나는 점점 예전의 나에서 지금의 나로 미래의 나로 변해가는 과정에 입문한 것 같다. 이제 나보단 남편이 잘되면 좋겠다.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좋겠다. 내가 했어야 할일은 무엇일까? 지금 일어나늘 일들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는게 맞는 거 겠지?


"끄으으응- 꾸우우우우-" 아기는 2분에 한번씩 소리를 내고 아직도 쪽쪽이가 빠져 울기 직전이다. 그럼나는 계속 쪽쪽이를 물려주고 시간에 맞춰 분유나 모유수유를 한다. 남편은 시간에 맞춰 영양제 한알을 삼퀸뒤 침대에 있는 나에게 인사 후 출근한다. 이제부턴 아기와 나와의 둘만의 시간, 보호받는자와 보호하는자의 9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9시 아기가 층얼대다 드디어 두눈을 번쩍 하고 떳다. 나도 피곤한 시간이라 눈이 반틈 잠겼지만 짖눌린 눈꺼풀을 반달모양으로 만들어 이빨보이는 웃음을 짓는다. 아기에게 피곤한 얼굴을 보일 없지, "오리애기 일어나쪄엉"이라며 목을 가다듬고 살가운 목소리와 입냄새나는 미소를 지어 아기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올린다. 그럼 아기도 보답하듯 방긋 웃으며 나또한 저절로 이빨미소에서 잇몸미소로 변한다. 일어나면 마사지후에 들쳐업고 거실로나와 커튼을 착착 하고 친다. 아침이라는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배고팠을 아기에게 분유를 타주려는데 끓여놓은 물이 없어 당장 물을 끓이고 식혔다. 물론 그사이에 아기는 배고프다고 울고 칭얼대며 내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8kg가까이 되는 무게를 한팔로 지탱하며 분유를 탄다, 분유가 식탁상판으로 흩뿌려지고 그위에 물이 주르륵 흐른다. 본격적인 육아 시작이다. 먹놀잠이라고 들어봤나? 나는 지금 먹놀잠의 시기를 니가가고 있다. 아기가 먹었으면 소화시키기위해 트름을 하고 광대가 되어 놀아주거나 혼잣말을 하듯 말을 계속하여 오디오가 비지 않게 한다. 아기가 잠과의 싸움을 할때 나는 잠을 응원한다. 애기를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겨우잠이들면 품 채로 슬금슬금 방으로 들어간다. 살포시 침대에 눕히는 데도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일명 등센서라고 하지 등만 닿으면 눈을 번쩍! 이때 쪽쪽이를 물린다. 끝


아기가 자면 10분에서 길게는 두시간 까지 낮잠을 자는데 이것도 80일 지나서 가능했던 일이다. 아침부터 물한모금 먹지 못했다. 이래서 다들 살이 빠지는 구나 싶다. 물론 몸무게에 변화는 없고 얼굴살반 쪽쪽 쪼그라든다.3시가 되고 4시가 되면 아기가 깬다. 나는 그때까지 쉬려고 잠깐 누워서 핸드폰을 키는데 시간이 다 간다. 아참, 이것도 잠을 끊지 않기위해 애기 옆에서 칭얼거리면 토닥이고 쪽쪽이를 계속 물려가며 버텨가는 거다.

아기가 깨면 또 먹놀잠을 해준다. 남편이 6시에 퇴근한다고 카톡이 온다. 나는 밥이 있는지 확인하고 밥이있다면 계란후라이나 간단한 국을 끓이는데 그사이에 아기가 날 놔주지 않는다. 누가 반찬좀 지속적으로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반찬을 배달로 시켜먹는 것도, 엄마가 해다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렇게 나의 영양은 망가져 가는구나 싶으면서 계란이라도 꺼내 후라이를 한다. "삒삑 -삐 비빅 -" 6시 45분 남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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