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디깅 고백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옷장을 열었다.
묵직한 데님 냄새가 올라오고, 오래된 청바지들이 나를 본다.
당근마켓을 켜고, 번개장터를 뒤지고, 택배 알림을 기다린다.
누군가에겐 중고 거래지만, 나한텐 디깅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스스로 찾아내는 일.
그들은 늘 시장의 요구에 반응하는 회사다.
그렇기에 나는 더 끌린다.
엘라스틴 1% 섞였다고 욕하면서도
결국 또 다른 리바이스를 들인다.
비합리적인데도 이상하게 납득되는 취향이다.
나의 LVC 47501은 처음엔 불편했다.
소킹 실패로 꽉 끼고, 앉을 때마다 숨이 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옷이 내 몸을 기억했다.
이제 그건 나만의 47501이다.
결국 길들여진 건 옷이 아니라 나였다.
디깅의 본질은 ‘사는 것’이 아니라 ‘거르는 것’이다.
많이 사기보다 덜 사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싸게 사도 뿌듯하고, 실패해도 재미있다.
2만 원짜리 랭글러 트러커 하나에도 기분이 좋다.
운명처럼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이제는 내게 맞지 않는 옷들을 정리하고 있다.
입지 않는 것, 마음이 식은 것, 잠깐 유행 따라 산 것들.
그렇게 비우면 남는 건 결국 나의 취향뿐이다.
요즘은 그게 편하다.
나이 들어도 데님을 입는다.
주름도 페이딩도 결국 같은 얘기다.
살아온 흔적이니까.
오늘도 디깅 한다.
필요하진 않지만, 재미있다.
결국 이것도 나를 유지하는 방식이다.